[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사월의 말(言), 말(語)들
입력 : 2026. 04. 15(수) 01:00
좌정묵 hl@ihalla.com
[한라일보] '제주도'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말이 '환경'과 '생태'라는데 이의를 두는 이는 없다. 그렇다고 제주도의 역사며 사회, 산업 및 경제를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면서 사월이면 제주의 모든 이슈를 덮을 수 있을 정도로 '4·3'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 상처를 위무하며 함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초록별지구수비대(대표 최근영)' 활동으로 제주를 찾은 지인을 만나 부끄럽기도 했지만 고마웠다. 울산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민간 환경단체다. 제주도의 환경과 생태를 걱정한다는 뜻이 아닌가.

그 민간단체에 속한 회원들은 제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제주도와 제주도민들을 위해 일하는 공복으로서의 공무원이거나 제주인도 아니다. 물론 방송이나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지만, 제주도 안에서 제주의 가치와 문제 등을 꾸준히 연구하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많다. 왜곡된 제주도의 역사, 점점 사라져 가는 제주어 그리고 먼 미래를 생각하며 제주도 전반의 도시계획 등을 연구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방향의 연구들은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며 늘 좌시(坐視)하게 된다.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교육감 그리고 도지사를 선출하게 된다. 앞으로 꼭 한 달 후에 후보자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은 예비 후보자일 뿐인데도 쏟아내는 말들은 제주도가 곧 낙원이 되는 것처럼 웅변하고 있다. 공인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 말들은 모두 도민들을 향한 약속이다.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우리는 이들이 쏟아내는 말에 거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이들이 진정 제주도를 위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미리 제안할 수도 있었다.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논어(향당편)에 '식불어(食不語) 침불언(寢不言)'이라는 말이 있다. 해석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식사 중에는 서로 말하지 않으며, 잠을 잘 때는 홀로 말하지 않는다'라고 이해한다면 별 무리가 없다. 이로 미루어 '어(語)'는 두 사람 이상의 대화를, '언(言)'은 홀로의 의미가 되는 셈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사월이 되기 전부터 '4·3'에 대해 '말(語)'과 '말(言)'을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6월 3일 이후 다 사라질 말들을 지금부터 달포가 지나도록 지겹게 들어야 한다. 식사 중에 내뱉는 말이, 홀로 잠꼬대와 같은 말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동백이 벌써 지고 봄의 전령처럼 노랗게 수를 놓던 유채꽃도 지고 있다. 그리고 며칠 간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 눈부시던 벚꽃들도 미련 없이 순간에 떨어졌다. 곧 곡우의 절기가 오게 된다. 한 나이테를 만들어낸 상록의 잎도 순간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 박노해는 '강철 새잎'이라고 했다. "썩어가는 것들 크게 썩은 위에서/분노처럼 불끈불끈 새싹 돋는구나"를 노래하고 싶은 때이지 않은가. 제주의 사월은 말(言)과 말(語)들이 어떤 이유로도 시들지 말고 바다처럼 산처럼 싱싱할 수는 없을까.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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