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열의 목요담론] 친절과 착취의 경계: 외국인을 대하는 고용주와 인력중개업자의 두 얼굴
입력 : 2026. 03. 19(목) 03: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한라일보] 얼마 전 제주에서 인력중개업자들 간의 분쟁 속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미지급 임금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일자리를 연결해 준다는 약속을 믿고 현장에 나갔던 학생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문제 해결의 주체조차 불분명한 상황에 놓였다. 관광지의 화려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이 사건은 외국인 노동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광지의 풍경은 밝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존재한다. 특히 제주와 같은 관광 중심 도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손길로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같은 공간, 같은 산업 안에서도 누군가는 따뜻한 환대를 경험하는 반면, 누군가는 구조적 착취 속에 놓인다. 이 간극은 단순한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고용주와 인력중개업자가 만들어낸 '두 얼굴'의 현실이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주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쪽에는 노동을 '사람의 일'로 이해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고려해 충분한 설명과 배려를 제공하며, 근로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 단순한 고용 관계를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외국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역시 책임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 높은 생산성과 안정적인 근무 태도를 보이게 된다.

반면, 다른 한쪽에는 외국인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인식하는 고용주가 존재한다. 이들은 법적 기준을 무시하거나 교묘히 회피하며, 근로계약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연·삭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언어 장벽과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을 악용해 부당한 조건을 강요하는 사례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관광 산업의 성수기와 비수기를 핑계로 노동을 일회성 소비재처럼 취급하는 태도는 결국 사람에 대한 존중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력중개업자의 역할 또한 이 구조를 심화시키거나 완화시키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제주 사례에서 보듯 일부 중개업자는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과정에서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피해자로 만든다. 과도한 알선비 요구, 불명확한 계약, 실제 근로조건과 다른 정보 제공 등은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전형적인 구조적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고용주와 노동자 간의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고, 피해는 고스란히 외국인에게 전가된다.

그러나 모든 중개업자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책임 있는 중개업자는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며, 분쟁 발생 시 중재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단순한 연결자가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주체'로 기능한다. 결국 같은 제도 안에서도 누구와 연결되느냐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의 경험은 전혀 달라진다.

이처럼 외국인을 둘러싼 고용 환경은 개인의 선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관리와 감독,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관광 산업을 유지하는 보조적 존재가 아니라, 지역 경제를 함께 지탱하는 동등한 구성원이다. 이들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곧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관광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산업'이다. 관광객에게는 친절하면서, 그 친절을 만들어내는 노동자에게는 무관심하거나 냉혹하다면 그것은 진정한 환대라 할 수 없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친절과 착취의 경계는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고용주의 선택, 중개업자의 양심, 그리고 우리 사회의 기준 속에 존재한다. 그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최화열 평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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