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형의 한라시론] 노동의 종말
입력 : 2026. 01. 29(목) 01:0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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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언론을 통해 현대자동차 노조가 공장 내 로봇 투입에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장면을 보며 산업혁명 시기 기계 도입에 반대했던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대세적인 흐름 속에서 로봇 투입을 막기는 어렵다고 본다. 노조 역시 이를 알고 있을 것이며, 이번 움직임은 변화의 과정에서 노조원들에 대한 일정한 보상과 배려를 요구하는 행동으로 이해된다. 요즘 논농사를 보면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급격한지 실감하게 된다.
내가 중학교 시절만 해도 봄철이면 체육시간에 반 친구 50명이 신발을 벗고 논에 들어가 한 줄로 서서 모를 심었다. 인력이 부족하면 군청에서 학교에 도움을 요청해 학생들이 대민봉사로 투입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봄이 되면 트랙터가 논을 갈고, 이앙기가 모를 심는다. 잡초 방제와 비료 살포는 드론이 담당한다. 가을이 되면 콤바인이 벼를 수확하고, 그것으로 농사는 끝난다. 논둑 보수나 도랑 파기 같은 일도 미니 포크레인이 처리한다. 벼농사 전 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논에 들어갈 일은 거의 없다. 아산에서 30만 평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농사일보다 농기계 정비가 주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로 거의 완전히 대체된 현장이다.
앞으로 생산 현장은 로봇이, 전문적인 화이트칼라 사무 영역은 AI가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진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첫째,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는 반면 새로운 파생 일자리도 생길 것이다. 자동차 생산 라인의 인력이 로봇 유지·보수나 관리·감독 역할로 이동하는 것처럼,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동하며 농부가 공장 노동자가 됐던 것과 같은 변화다.
둘째, 로봇과 AI가 생산과 사무를 담당함으로써 생긴 여유는 엔터테인먼트, 레저, 스포츠, 게임 등 유희 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또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로봇·AI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 사이의 심각한 부의 격차다. 이 격차가 커질수록 사회 불안은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로봇과 AI로 인한 대규모 부의 재분배는 불가피해 보이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도 예상된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의 극심한 부의 불평등이 사회주의 사상의 배경이 됐듯, 지금 우리는 또 한 번 비슷한 전환기에 서 있다.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평화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지도자와 높은 지성을 지닌 시민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풍요와 혼돈이 공존하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도덕성과 성숙한 사회의식을 요구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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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봄이 되면 트랙터가 논을 갈고, 이앙기가 모를 심는다. 잡초 방제와 비료 살포는 드론이 담당한다. 가을이 되면 콤바인이 벼를 수확하고, 그것으로 농사는 끝난다. 논둑 보수나 도랑 파기 같은 일도 미니 포크레인이 처리한다. 벼농사 전 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논에 들어갈 일은 거의 없다. 아산에서 30만 평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농사일보다 농기계 정비가 주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로 거의 완전히 대체된 현장이다.
앞으로 생산 현장은 로봇이, 전문적인 화이트칼라 사무 영역은 AI가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진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첫째,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는 반면 새로운 파생 일자리도 생길 것이다. 자동차 생산 라인의 인력이 로봇 유지·보수나 관리·감독 역할로 이동하는 것처럼,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동하며 농부가 공장 노동자가 됐던 것과 같은 변화다.
둘째, 로봇과 AI가 생산과 사무를 담당함으로써 생긴 여유는 엔터테인먼트, 레저, 스포츠, 게임 등 유희 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또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로봇·AI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 사이의 심각한 부의 격차다. 이 격차가 커질수록 사회 불안은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로봇과 AI로 인한 대규모 부의 재분배는 불가피해 보이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도 예상된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의 극심한 부의 불평등이 사회주의 사상의 배경이 됐듯, 지금 우리는 또 한 번 비슷한 전환기에 서 있다.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평화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지도자와 높은 지성을 지닌 시민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풍요와 혼돈이 공존하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도덕성과 성숙한 사회의식을 요구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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