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월요논단] 제주형 목조건축 활성화와 미래건축의 출발
입력 : 2025. 09. 15(월) 01:00수정 : 2025. 09. 15(월) 06:41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한라일보] 흙과 돌, 나무는 원초적 건축의 재료들이다. 산업혁명 이후 철과 유리, 콘크리트라는 혁신적인 재료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기존 재료들의 비중이 축소되고 혁신적인 재료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근대건축가들이 즐겨 사용하며 혁신재료의 위상은 공고해졌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는 물과의 화학적 반응에 의해 굳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어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건축구조를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기에 많은 건축가들이 즐겨 사용한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고가의 재료가 아니어서 보편적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상황이 변하면서 혁신재료의 위상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문제, 친환경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범지구적 문제로 대두됐고, 건축영역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친환경건축'으로 불리는 영역에서는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열강화, 냉난방 효율 상승 그리고 철거 및 해체에 따른 폐기물 최소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좁은 의미의 '친환경건축' 영역에서는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환기, 채광, 사용재료의 친환경성 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친환경건축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목조건축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내진구조의 목조건축 연구와 부재개발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비용과 친환경적인 생활측면의 가치 중요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에서도 목조건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목조건축은 근대화 과정에서 입지가 좁아져 지금은 설계자와 시공자의 저변도 그리 넓지 못하고, 특히 부재의 생산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제공되고 있어 수입재와의 가격경쟁에서도 취약한 상태다. 장기적 관점에서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 목재의 육성과 가공 등 생산시스템과 설계자·시공자 육성시스템도 중요하다.

제주전통건축의 원형은 초가와 기와집이며 목조이다. 흙과 제주석, 나무와 새를 적절하게 구성해 구축한 '몸으로 익힌 과학'의 건축이다. 근대화과정에서의 변화·소멸돼 가면서 전통성과 지역성, 제주다운 건축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으나 외형적·시각적 가치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저변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제주다운 건축의 새로운 방향의 하나로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뤄 제주형 목조건축을 시작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제주 미래건축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제주지역의 산림조합과 건축계, 제주도정이 연계돼 산업화의 길을 넓힘으로써 새로운 일거리 확보와 제주형 미래건축의 방향성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목재를 건축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육성·가공·생산할 수 있는 산림정책과 실험적 시범사업, 다양한 목구조 설계기법과 시공기술을 축적해 가야 할 때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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