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33)방문객-정현종
입력 : 2023. 09. 05(화) 00:00수정 : 2023. 09. 05(화) 15:17
가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누군가 오고 있다. 사람이 오고 있으며 사람이 될 사람도 오고 있다. 아무것도 앞세우지 않고도 오고 있는 사람 속에 끼어 있는 저 사람이 누구이든 있는 그대로 특히 상처 입은 마음 그대로 오고 있다. 어떤 가게 안으로 주머니돈이 오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찾아오는 익명의 방문객을 통해 그의 일생에 접촉한다는 발견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고 있는 그도 이런 마음으로 오는지 모르며 그냥 몸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 검게 탄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몸을 다 입고 있으며 부서진 마음을 더듬는 살갗의 실감을 바람으로 제시하며 오고 있다.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베일을 벗길 수 없으나 그는 어떤 곳을 향하고 있다. 마침내 제 자신이 될 누군가를 향하고 있을 수 있고, 혹여 잃어버린 사람을 향하고 있는 자의 눈동자엔 그 만남의 놀라움과 반짝임이 억누를 수 없는 아픔으로 고여 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미래가 오고 있으며, 어떤 미래는 왔다 갔다. <시인>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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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써머 |
누군가 오고 있다. 사람이 오고 있으며 사람이 될 사람도 오고 있다. 아무것도 앞세우지 않고도 오고 있는 사람 속에 끼어 있는 저 사람이 누구이든 있는 그대로 특히 상처 입은 마음 그대로 오고 있다. 어떤 가게 안으로 주머니돈이 오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찾아오는 익명의 방문객을 통해 그의 일생에 접촉한다는 발견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고 있는 그도 이런 마음으로 오는지 모르며 그냥 몸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 검게 탄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몸을 다 입고 있으며 부서진 마음을 더듬는 살갗의 실감을 바람으로 제시하며 오고 있다.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베일을 벗길 수 없으나 그는 어떤 곳을 향하고 있다. 마침내 제 자신이 될 누군가를 향하고 있을 수 있고, 혹여 잃어버린 사람을 향하고 있는 자의 눈동자엔 그 만남의 놀라움과 반짝임이 억누를 수 없는 아픔으로 고여 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미래가 오고 있으며, 어떤 미래는 왔다 갔다.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