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고양이 기생충이 내 눈에
입력 : 2023. 03. 29(수) 00:00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한라일보] 이른바 '집사'들에게 고양이의 안녕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그래서 꽤 많은 이들이 알레르기 약을 먹어가면서까지 '주인님'을 모신다. 필자 역시 다수의 주인님을 섬기는 처지라, 집사됨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자식이나 다름없이 소중한 내 고양이가 도리어 나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애착을 가진 대상일수록 더 자주 더 깊이 접촉하게 되고 서로 많은 것들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따라서 심리적, 육체적 질병의 공유는 차라리 당연한 일이다.

톡소플라즈마 곤디라고 불리는 기생충이 있다. 고양이를 최종 숙주로 사람을 중간 숙주로 활용하는 기생충이다. 고양이를 만지거나 화장실을 치운 후 손을 제대로 씻지 않았을 때 사람에게도 감염된다. 태아에게 선천성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임산부들의 'TORCH' 검사에도 포함된다.

건강한 성인 집사들의 경우 적게는 30%, 많게는 70% 정도가 이미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면역 기능이 정상이라면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아,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전염되지 않지만 고양이와 생활 환경을 공유하는 가족이나 동료라면 동시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 주로 뇌신경을 침범하며 뇌염, 폐렴, 심근염 등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눈으로 침범하는 일은 드물지만 일단 발생하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톡소플라즈마가 눈을 공격할 때는 주로 눈 속의 신경조직인 망막에서 병변이 관찰된다. 망막에 국소적인 괴사성 염증 병변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염증이 퍼지고 지속되면서 망막 아래 혈관조직을 침범해 맥락막염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눈 안의 콜라겐 덩어리인 유리체에 염증이 생기거나, 염증 반응이 눈 앞쪽까지 퍼져 육아종성 앞포도막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리체염이나 앞포도막염이 발생하면, 눈이 뿌옇게 보이면서 시력이 떨어진다.

정상 면역을 가진 환자들의 경우에도 하필이면 황반부 또는 시신경과 같이 심한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위치에 병변이 발생하거나 염증으로 시력이 많이 감소할 때에는 약물 치료를 한다.

톡소플라즈마는 일반 기생충 약이 아니라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전신적인 항생제를 사용한다.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시야가 흐려진 걸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경구 스테로이드를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3제 요법 또는 4제 요법으로 4~6주간 집중 치료한다. 눈 안에 항생제를 1~3회 정도 직접 주사하는 방법도 있다. 약물치료가 어려운 경우 레이저나 냉동 요법으로 병변을 직접 파괴하기도 한다.

길고양이들은 이미 여러 기생충에 감염돼 있을 위험성이 크므로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 쓰다듬었다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임산부는 더욱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김연덕 제주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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