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초지에 의존하는 식물들
입력 : 2023. 01. 31(화) 00:00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한라일보]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초지는 인공초지, 목초지, 자연초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인공초지는 경기장, 마당, 정원, 공원, 골프장 등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초지이고, 목초지는 목초를 재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지 또는 경작지를 말하고, 자연초지는 목장, 오름, 한라산 등 인공적인 힘이 없이 자연 그대로인 초지를 말할 수 있다. 인공초지나 목초지는 일정한 목적을 두고 관리되기 때문에 종다양성과 자연성이 빈약하나, 자연초지에는 종다양성이 풍부하고 낙엽이나 식물체 부산물들이 거름을 만들면서 숲이 조성되는 여건을 만들어간다.

자연초지의 가장 쉬운 예로는 억새, 띠, 잔디가 우세한 초지를 예를 들 수 있다. 참억새 밭에는 억새에 기생하는 야고와 억새와 억새 사이에는 공간 자라는 고사리, 짚신나물, 오이풀 등 다양한 식물들이 살아간다. 띠밭에는 창출, 잔대, 인동, 비수리, 오이풀, 딱지꽃 등 약초들도 많이 자라고 잔디밭에는 꿩의밥, 양지꽃, 솜방망이 등과 같이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자란다. 이들은 대부분 숲 내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초지에 의존하는 식물들이다.

최근의 기후변화는 빠르고 극단적인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심한 가뭄, 빈번한 집중호우, 강한 바람 등 어느 것 하나 과거의 패턴을 따르지 않고 있다. 강력한 바람은 건물, 나무 등을 쓰러뜨리고, 집중호우는 토양을 깎아내리며, 심한 가뭄은 생물의 살아가기 힘들 여건을 조성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식물들이 자라는데 어렵게 하지만, 보통 기온의 상승과 강수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이 타 지역에 비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식물들이 빠르게 숲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식물의 빠르게 자란다는 것은 낙엽층이 빠르게 쌓여 토양을 만든다는 것으로 초지가 관목림으로, 관목림은 수림으로 바뀌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초지를 도시화시키는 것을 포함해 자연도 기후변화를 만들어 빠르게 초지를 없애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멀지 않은 미래에 제주도에는 자연초지가 사라지고 수목만이 우거져 있는 숲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으로 초지에 의존하는 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 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자연초지는 과거에는 많은 부분이 목장으로 활용되면서 넓게 분포했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얼마 남아있지 않다. 그마저도 빠르게 사라질 위기다. 왜냐하면 가장 개발하기 좋은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화입을 하여 초지를 유지시키지도 못하는 실정에서 개발 대상지는 최악의 조건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초지를 지키고 초지에서 살아가는 종을 같이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 가령, 한라산 사면의 초지 일부를 연구 구역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예초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보존해 나가는 방법이라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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