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의 한라칼럼] ‘길’
김기현 기자 ghkim@ihalla.com입력 : 2022. 03. 22(화) 00:00
‘길’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누군가 고향 찾아가는 추억의 길을 가졌다면 현실에 있는 유형의 길이고, 자신만의 억척스런 ‘인생길’을 말한다면 무형의 길이다. 제주엔 수많은 유형의 길이 사방팔방으로 나 있다. 뭇 사람들이 오가는 올레길 둘레길 돌담길에서부터 차량 이동을 위한 평화로 일주도로 산록도로 등 수없이 많다.

제주의 대표적인 길을 꼽는다면 단연코 동·서부를 가로지르는 번영로 평화로다. 차량 통행량이 절대적으로 많은데다 제주시와 동·서부지역을 연결하는 ‘대동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그 중에서도 평화로는 명칭이나 차량 통행량 등에서 제주를 상징하는 으뜸 도로다. 평화로 하루 평균 차량 통행량 10만대에 달한다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평화의 섬 제주를 상징하는 도로라는 점도 자못 남다르다.

평화로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길이 아니다. 한라산 서쪽 중산간을 가로질러 제주의 산남과 산북을 연결하는 평화로는 그간 모두 3번의 개명과정을 거쳤다. 과거 제주목(牧)에서 대정현까지 목사 현감들이 왕래하던 길로 쓰였다가 산업화 과정에 이은 제주 관광업 발전에 따라 1986년 공항과 중문관광단지를 잇는 서부산업도로로 탄생했다. 이후 폭발적인 교통량 증가로 왕복 4차선 확장되고, 2002년 서부관광도로로 바뀌었다가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현 ‘평화로’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당시 세계 평화의 섬 제주라는 이미지 부각에 가장 합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평화로는 제주시와 서부권, 서귀포시지역을 ‘1시간대’ 생활권역으로 만든 교통혁명에다 평화의 상징 의미까지 더해져 제주의 ‘경부고속도로’로 불릴 만큼 사회.경제적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4·3평화로’라는 또다른 평화로가 출현 예고돼 눈길을 끈다. 제주시와 4·3평화재단이 4·3평화공원 앞을 지나는 도로 명림로에 ‘4·3 평화로’라는 명예도로명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해당 마을회 운영위원회가 ‘반대’의견을 내 결론을 지켜봐야 하지만 대승적 차원서 긍정 검토됐으면 한다. 해당도로를 지나는 대중교통 버스에 43번 번호 부여도 논의중이다. 도로 이름과 버스 번호를 통해 평화와 인권, 화해, 상생의 4·3정신을 기억하고, 널리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4·3평화로’가 확정된다면 유형·무형의 길로 호평받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3공원을 지나는 도로이면서 후세들에게 4·3 평화·인권의 소중함을 알리는 무형의 길로 자리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길위에서 길을 묻다’는 말처럼 ‘4·3평화로’를 걷거나 지나면서 4·3을 되새기는 일을 벌써 연상하게 된다.

제주에 두 개 ‘평화로’ 존재는 지역을 연결하는 길이면서 평화를 상징하는 길로 새롭게 주목받아 마땅한 일이다. <김기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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