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국립공원 50년, 미래 100년] (3)위기의 생태계
구상나무 쇠퇴·소나무림 확산… 조릿대는 잠식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입력 : 2020. 03. 31(화) 00:00
50년간 위기·시련의 역사도 투영
구상나무 서식지 감소·절멸 우려
생태계 유지 조릿대 관리여부 관건


국립공원 지정 이후 지난 50년동안 한라산은 위기와 시련의 역사도 보여준다. 탐방객 증가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훼손지 확산, 세계 최대 순군락 구상나무의 쇠퇴, 제주조릿대의 잠식 등 생태계 이상 조짐 현상이 농후하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인 한라산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구상나무림의 쇠퇴 현상과 제주조릿대의 확산이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가치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 식물 가운데 제주도에 가장 큰 집단이 서식한다. 세계 최대 순림이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2011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매우 높은 수종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020년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기념해 2019년 6월 한라산의 생태·문화·지리적 특성을 띤 대표 생물종을 상징하는 깃대종으로 '구상나무'와 '산굴뚝나비'를 최종 선정 발표했다. 깃대종은 공원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종이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쇠퇴

한라산 생태계의 위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구상나무의 쇠퇴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멸종되면 함께 자생하는 식물 약 145종의 동반 멸종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학계에 보고돼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세상에 알려진지 100여년이 흐른 지금, 이 나무는 멸종위기의 종으로 지구와의 이별을 준비중이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금세기 안에 멸종될 수 있다는 경고음은 2000년대 초부터 들려 왔다.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한라산 주목도 쇠퇴하고 있다.

한라산에 구상나무가 분포한 지역은 해발 1300m 이상 고지대다. 성판악 등산로 해발 1600m에 들어서면 고사목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그 현상이 해발 1800m에 이르면 정점으로 치닫는다. 10여년전만해도 짙푸른 녹음을 자랑하던 구상나무 숲은 이제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고사목이 돼 허옇거나 회색빛으로 변해버렸다.

한라산에 자생하는 구상나무 30% 이상이 최근 20년 사이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에 의하면 '제주도 자연자원 지리정보화 자료구축 사업' 및 '구상나무 보존전략'을 자체 연구한 결과 20년간 한라산 구상나무 평균 고사율은 36.43%로 조사됐다. 3그루 가운데 1그루꼴이다.



▶한라산 구상나무 위기의 진실은

국립산림과학원 보고서(한라산 구상나무, 2015)에 따르면 구상나무의 조상은 과거 빙하기(신생대 3기)에 한반도까지 내려와 분포 공간을 넓혔던 한대성 수종이다.

이들은 간빙기에 다시 고위도 방향으로 후퇴했는데, 이 때 후퇴하지 못하고 고산지대로 피신한 식물 중 하나가 현재 한라산과 내륙의 고산지대에 남아있는 구상나무이다. 이처럼 고산 및 아고산대에 분포하고 있는 고산성 수목들은 서식처가 한정적이고 고립돼 있어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서식지 감소와 절멸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구상나무의 고사는 일반적으로 1990년대까지는 주로 구상나무의 노령화와 개체목 간의 경쟁 등 자연적인 고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에 의한 적설량 감소에 따른 바람(한건풍), 잦은 태풍과 집중 강우 등으로 생육기반이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온난화로 온대 수종인 소나무가 구상나무 자생지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위기의 구상나무숲, 과연 어떤 처방이 최선인가

구상나무 뿐만 아니라 눈향나무, 가문비나무, 주목, 눈잣나무, 눈측백, 분비나무, 잎갈나무, 종비나무 등 한반도 침엽수들이 생존 위협에 처해 있다.

구상나무와 같은 전나무류의 생장쇠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되고 있어, 이에 대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연구가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추진되는 상황이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복원과 보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는 현지 내 보전과 현지 외 보전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

구상나무는 고산지대에 자생하기 때문에 자생지 내의 구상나무림 복원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또 현지 외에서 육성한 개체들을 현지 내에 이식할 경우 일반적으로 양묘장과 복원지 사이의 기온 차, 강풍, 수분 스트레스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현지 활착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라산연구부는 2017년부터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생장쇠퇴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추진 중이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모든 성숙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완료하고, 대표 자생지에 미기상 측정장비를 설치해 구상나무의 생육동태 및 자생지 환경 모니터링 체계를 갖췄다.



▶한라산 소나무림 확산

한라산 고지대에서 구상나무림이 지속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반면에 소나무림은 고지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나무림의 고지대로의 확산은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와 함께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 연구 결과는 소나무림이 한라산 고지대로 확산되고 있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한라산 생태계 변화와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고정군 박사와 김종갑 연구사 등은 2019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한라산국립공원 소나무림의 공간분포 변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2015년 한라산국립공원 내 소나무림의 전체 면적은 1259.9㏊로 조사됐다. 2006년 1208.5㏊에 비해 10년 동안 11% 이상 수관밀도를 갖는 소나무림이 4.1%, 51.4㏊가 증가한 것이다. 마라도 면적(30㏊)의 1.7배 규모 확산된 것이다. 특히 영실지역 일대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초지나 키 작은 관목이 우점하는 식생구조를 갖고 있거나 교란으로 인한 숲 틈이 주로 발생하는 환경변화에 의해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했다.



▶제주 조릿대, 한라산을 뒤덮다

한라산 해발 400m 이상 총 면적 442㎢ 가운데 78.5%인 347㎢가 조릿대로 뒤덮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한라산 해발 400~500m 지역의 조릿대 분포 면적은 63㎢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다음은 500~600m 구간으로 조릿대 면적이 54㎢이고, 600~700m 구간은 51㎢ 부분을 조릿대가 덮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발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조릿대 분포도는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며, 1800m 이상 지역에서의 조릿대 점유면적은 0.93㎢로 확인됐다.

조릿대로 인해 한라산 아고산대 식물이 위협받고 있고, 다양한 생물종이 보존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라산 특산식물인 시로미도 조릿대에 밀려나고 있다. 시로미는 러시아 캄차카반도 등에 널리 분포하는 극지고산식물로 한반도에선 백두산과 한라산에만 자란다. 해마다 봄이면 한라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털진달래, 산철쭉 등 진달래과의 낙엽활엽관목이 군락을 이룬 지역도 조릿대 밀도가 높아 종 다양성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는 2016년부터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에 돌입해 5년에 걸쳐 제주조릿대 분포 확장에 따른 한라산 고유식물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조릿대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장구목 등 3곳(2.8㏊)을 대상으로 벌채를 실시하고, 말 방목(1㏊) 제어실험과 함께 제주조릿대의 고도별 생물량 측정과 주변 환경변화를 조사중이다. 그러나 광활한 한라산 공간에 번진 조릿대를 베어내거나 방목하는 것만으로 구상나무를 보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라산 방목은 고유의 생태계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수천여개의 식물종이 얽히고설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한라산이기에, 조릿대를 어떻게 관리할 지가 더 풀기 어려운 문제로 남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 50년을 맞은 한라산의 난제다.

<글=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 사진=강경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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