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의 한라칼럼] 방치된 유휴공간을 살리는 길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입력 : 2019. 12. 03(화) 00:00
도시재생 사업을 비롯해 마을만들기, 어촌 뉴딜300, 생활SOC사업 등 공간이 결과물로 남는 지역단위 사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거나 새롭게 선을 보이고 있다. 공간을 만드는 일이 지역의 끊임없는 수요에 대응하는 일이며 쓸모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근거한다. 복합커뮤니티센터라는 이름하에 카페가 되고 박물관, 도서관, 어린이집, 돌봄센터로 바뀔 것이다. 잘 운영되리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신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수요는 줄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 만들어지는 공간과 달리 주변을 둘러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공공이 소유하거나 마을이 소유한 공간 중 의외로 유휴공간이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널부러져 있다. 수 억 원에서 수 십 억 원을 투자해 잘 사용하자며 만든 공간들이 이상하게 만들어지기만 하면 제 갈 길을 잃고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운영해야할지도 모른 채 그냥 방치되기 일쑤다. 새롭게 조성되는 공간들 역시 이 전철의 굴레에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력갱생의 의지가 없다. 방법도 모른다. 애초에 공간을 활용할 운영주체가 설립되지도 않았는데 계획이 세워져 공간은 완성되고 1,2년 간 운영비가 지원되는 동안만 유지되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준공이 되는 순간 좀비공간으로 둔갑한다. 제주도만이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사업들은 하드웨어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사업목표의 최우선이다. 공간을 조성할 때 사업의 성과는 공간의 완성이지 운영이 아닌 셈이다. 공간 운영을 위한 운영조직이 만들어지고 사업구성이 치열하게 짜여져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이것에는 관심이 없다. 공간은 조성되면 살아 숨 쉰다고 믿는 구석이 많고 지역 발전의 척도가 하드웨어가 유치되고 세워졌다는 사실로 평가된다.

도시재생 사업에도 복합기능을 가진 건물들이 세워지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생겨난다. 다행히 주민들의 운영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공간 운영 준비가 되어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다른 분야의 사업도 이 현실을 많이 통감한다. 그래서인가 전국적으로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하거나 재활용해 청년이나 주민조직이 최소한의 생존을 달성한 곳이 생기면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난리다.

공간을 운영하는 조직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를 찾아내는 일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유휴공간이 살아남는 길이다. 모든 유휴공간이 마을카페가 되고 민박이 되고 지역 박물관으로 만들어진다고 살아나지는 않는다.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해 지역의 특성을 찾고 운영할 조직을 만들고 수익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에 방치된 유휴공간을 끄집어내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행정단위의 조직이나 마을회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나 실질적인 단체에게 공간을 열어야 한다. 지역의 유휴공간을 전국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직들에게도 역시.

계륵으로 전락한 공간들을 사용가능한 사람들에게 열어야 지역도 함께 살아나지 않을런가.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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