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교양에 대하여
입력 : 2015. 01. 15(목) 00:00
새로운 결심을 하며 새해를 맞이하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어느덧 달력은 1월 중순을 가리킨다. 더욱이 올 해는 연초부터 불어닥친 담배 값 인상으로 여기저기 금연열풍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결심으로 금연을 선언한 이들이 많았는데 이즈음이 금단현상을 이겨내는 가장 힘든 시점인 듯하다. 안절부절 못하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담배를 피울 때보다 더 초췌한 얼굴로 멍한 표정을 짓는 이들이 많아진 걸 보니….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기에 다시금 결심을 다잡을 수 있도록 점검이 필요하다. 이 시기를 못 참고 무너지면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사회도 이 같은 시점이 된 듯하다. 자유와 방종이 마구 혼돈되어 이곳저곳이 아우성이다. 최소한의 도덕도 양심도 모두 잊은 듯 저마다 자신의 이익과 편리만 추구한다.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 듣는 반인륜적 사건사고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의 기초질서마저 흔들리고 있다. 마치 금단현상을 겪는 사회 같다. 그러기에 점검이 필요하다.

독일의 작가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교양 Bildung'이라는 책을 통해 "교양은 역사와 철학,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회를 결속시키는 도덕적 구속력을 생생해 내는 것"이라 했다. 새삼 이 시점에 우리사회의 교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학력과 지식이 난무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교양수준은 떨어진 걸 보게 된다. 지식이 단지 시험이나 입사를 위한 도구가 될 뿐 그를 통한 성찰이 없음으로 빚어진 현상이다.

잘 차려입고 우아하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문학서적을 끼고 있다고 교양이 쌓이는 건 아니다. 다각적 공부를 통해 시각을 넓혀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인정을 할 줄 알고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와 더불어 자신에 대한 도덕적 규율은 더욱 엄격해질 때 교양인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체면치레와 위선은 난무해도 교양 있는 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대한항공의 일명 '땅콩 회항사건'이나 모 아파트 경비원의 자살 사건 등에서 보여 진 가해자들의 행태는 교양 없음에서 비롯된 행위들이다. 그들의 학력이나 지식은 결코 낮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그 지식을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도덕적 도구로 쓰는 대신 남을 짓밟는 권위로만 사용했다. 이는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에 팽배한 현상이다.

소통 없이 고집 부리는 지도자, 대의를 저버리고 권력욕만 챙기는 정치인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법을 일삼는 기업인들까지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쌓은 수많은 지식과 경험은 결코 작은 것들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쓸모없는 지식에만 머물러 버린 채 교양으로 승화되지 못했다. 이런 사회지도층의 몰상식은 마치 전염병처럼 우리사회를 물들이고 있다. 자신의 사소한 편의를 위해 공중도덕은 물론 기본 상식마저 벗어던져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남을 누르기 위한 지식 대신 다른 사람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교양인이 아닐까? 2015년 새해에는 교양인들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어 서로 상처를 주며 얼굴 붉히는 일이 줄어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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