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 원년을 기원하며
입력 : 2015. 01. 01(목) 00:00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의 실현을 비전으로 내걸고 새 교육감이 취임한 지도 어언 반년이 지났다. 그동안 제주교육이 경쟁과 차별로 얼룩져왔기에 새 교육감의 등장은 그만큼 주목과 기대를 받았고 받고 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오히려 조직개편과 행정실무사 배치 문제 등으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원칙과 변화만을 강조하여 정작 소통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모두가 행복한 교육은 어떤 것일까? 모두는 누구인가? 제주도민이 다 포함되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학생, 교사, 교육행정가, 학부모들이 떠오른다. 모두가 행복하려면 각자가 맡은 바의 일에서 보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은 배움에서, 교사는 가르침에서, 행정가는 지원하는 일에서, 학부모는 아이들의 건강한 학교생활과 성숙해 가는 것을 보는데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의 역할은 구분되지만 또한 연결되어 있기에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협력이 없이는 행복한 교육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이를 전제하면서도 학교의 일차적 존립이유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의 지적·인격적 성장을 위해 학교는 존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감부터 교사와 직원과 학부모까지 모두가 학생들에게 행복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맡은 바의 역할에 충실하고 서로 배려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주교육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전혀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고 아우성이다. 지식만을 주입하는 과도한 학습과 강요된 자율학습, 각종 시험과 오로지 성적으로만 등급을 매기는 평가제도,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학교환경 때문이다. 국가는 국가대로 정권마다 교육과정을 바꾸고 그에 따라 대입제도도 오락가락이다. 학생들도 피곤하고 불행하지만 교사들도 혼란스럽고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다그칠 뿐이다. 이것이 한국과 제주교육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지역적 차원에서 가능한 수준이라도 바꾸고,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새로운 교육감을 뽑은 것이었다.

나는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 만들기의 첫걸음을 교육과정의 내실화에 두고 싶다. 그래서 제주의 고교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고, 학급당 인원수도 줄이고, 제학력평가와 같은 불필요한 시험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제7차 교육과정 이후 수행평가를 하는 이유도 총괄평가의 폐해를 줄이고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위한 것이었다. 정규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특성화하여 내실을 기해야지 별도로 특별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지역적 차원에서 4·3교육은 예외로 하더라도 정규 외의 교육과정은 아이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한다면 그것은 예체능교육으로 해야 한다.

2015년 제주교육은 정규 교육과정의 내실화에 방점을 두고 제도도 바꾸고, 교사와 행정가와 학부모들이 서로 배려하고 협력해 나갔으면 좋겠다. 오직 그것만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을 선사할 수 있고, 아이들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새해는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이 실현되는 원년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강봉수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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