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흔들리며 피는 꽃
입력 : 2014. 12. 04(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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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재미있게 보았던 TV 드라마가 있다. 출생의 비밀, 불륜, 고부 갈등, 재벌과의 사랑, 신분 상승 같은 익숙한 스토리가 배우와 장소만 바뀌어 반복되는 드라마들 틈에서 햇밀감처럼 신선하고 상큼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는 정신과(최근 정신건강의학과로 바뀜)의사와 다양한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제까지 영화나 드라마에 정신과 환자와 의사가 나올 때 그것은 대개 공포물이나 범죄물이었다. 사람들 인식 속의 정신과 환자는 대개 괴이하고 난폭하여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사람들이거나 마음이 심약하고 게으르며 의지가 부족해서 못난 병에 걸리는 사람 혹은 꾀병을 부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 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이하 '괜사')'는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에 당돌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정신적으로 정상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감기에 걸리면 내과를 가고, 맹장염이 의심되면 외과에 가고, 허리가 아프면 정형외과에 가는데, 마음이 아픈 것은 왜 숨겨야 하느냐고. 몸이 그렇듯 마음도 상처를 받으면 아프기 마련인데 마음 속 상처는 곪아서 열나고 아파도 괜찮은 척 속여야 정상인 거냐고. 몸이 그렇듯 마음의 상처도 치유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내과 의사라고 감기 안 걸리고, 외과 의사라고 암에 안 걸릴 수 없듯이 마음이 아픈 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드라마 '괜사'는 이 무거운 질문들을 따스하며 유쾌한 방식으로 다루어 나갔다.
'괜사'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정신과 의사, 환자, 그 외 일반인 모두 각기 다른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한 후 이성과의 신체접촉에 극심한 혐오와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정신과 의사, 알코올중독인 의붓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공포로 오직 화장실에서만 잘 수 있고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는 소설가, 투렛증후군을 앓아 부모로부터 외면당해 집을 나와 생활하는 까페 매니저, 출세를 위해 피임해가며 일에 매진하다가 이혼하고 정신과 교수가 되었으나 재혼한 전남편이 그립고 후회스러운 여의사,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버림 받고 가난한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 사람을 믿지 못하고 비행을 일삼는 여고생 등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드라마 '괜사'는 각기 다른 마음의 병을 가진 주인공들이 또 다른 마음의 병을 가진 타인을 사랑하며 상처와 질병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무섭고 괴이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각기 마음의 상처(trauma)와 질병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려 애쓰며 살아가는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존재들로 묘사된다. 이 드라마 이외에도 최근 힐링캠프 등의 TV 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밝히는 등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점차 개선되는 양상이다.
드라마 '괜사' 중반에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 삽입되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아마도 이 드라마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 누군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비에 젖지 않고서 피어났으랴. <신윤경 봄신경정신과 원장>
이 드라마에는 정신과(최근 정신건강의학과로 바뀜)의사와 다양한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제까지 영화나 드라마에 정신과 환자와 의사가 나올 때 그것은 대개 공포물이나 범죄물이었다. 사람들 인식 속의 정신과 환자는 대개 괴이하고 난폭하여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사람들이거나 마음이 심약하고 게으르며 의지가 부족해서 못난 병에 걸리는 사람 혹은 꾀병을 부리는 사람이다.
'괜사'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정신과 의사, 환자, 그 외 일반인 모두 각기 다른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한 후 이성과의 신체접촉에 극심한 혐오와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정신과 의사, 알코올중독인 의붓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공포로 오직 화장실에서만 잘 수 있고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는 소설가, 투렛증후군을 앓아 부모로부터 외면당해 집을 나와 생활하는 까페 매니저, 출세를 위해 피임해가며 일에 매진하다가 이혼하고 정신과 교수가 되었으나 재혼한 전남편이 그립고 후회스러운 여의사,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버림 받고 가난한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 사람을 믿지 못하고 비행을 일삼는 여고생 등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드라마 '괜사'는 각기 다른 마음의 병을 가진 주인공들이 또 다른 마음의 병을 가진 타인을 사랑하며 상처와 질병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무섭고 괴이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각기 마음의 상처(trauma)와 질병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려 애쓰며 살아가는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존재들로 묘사된다. 이 드라마 이외에도 최근 힐링캠프 등의 TV 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밝히는 등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점차 개선되는 양상이다.
드라마 '괜사' 중반에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 삽입되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아마도 이 드라마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 누군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비에 젖지 않고서 피어났으랴. <신윤경 봄신경정신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