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아침 있는 등굣길
입력 : 2014. 10. 09(목) 00:00
제주도 교육감이 내년부터 '아침 있는 등굣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기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하여 잠시 논란이 일었던 '9시 등교'를 제주에서도 하겠다는 것이다. 아마 9시 등교는 경기와 제주만이 아니라 앞으로 전국적인 현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학습과 공부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너무나 당연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동안 우리학교가 0교시 등교를 해온 것은 치열한 교육경쟁구조 때문이다. 어느 학교에서 시작하자 곧 다른 학교에 영향을 주었고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말았다.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치열한 고입경쟁구조를 가진 제주는 중학교에서도 0교시 등교를 해온지 오래다.

아이들이 더 일찍 등교하면 공부시간도 벌고 학습능률도 오를 뿐만 아니라 사교육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어른들이 정한 규칙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생각이 달랐을 것이다. 그들은 어른들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과학은 아이들의 생각과 체험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한마디로 십대의 아이들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몸이 형성되어 있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십대들은 날이 어두워진 후에 졸음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어린이나 어른보다 2시간 늦게 분출된다. 그래서 그들은 구조적으로 늦잠꾸러기일 수밖에 없다. 또한 십대들은 최소 8시간에서 9시간 반 정도는 잠을 자야 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십대들이 풀이 죽거나 예민하거나 퉁명스러워 보일 때에는 우선 수면량이 충분한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수면량이 모자라는 아이들은 오전시간동안 기회만 주어지면 바로 REM 수면상태로 들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0교시 수업이나 아침자습을 해도 전혀 학습효과가 없다. 사고력과 기억력에 문제가 생겨서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 수면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증가를 가져와서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포도당을 처리하는 능력에 문제를 일으켜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가져오며, 습관성 수면부족은 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를 포함하는 감정과 정서장애를 가져온다고 한다. 뇌과학자들은 십대들이 전체적으로 가장 수면이 부족한 연령층이라고 진단한다.

내가 우리아이들의 9시 등교에 찬성하는 이유들이다. 맞벌이부모와 교통문제를 거론하며 9시 등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들을 더 이상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의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다. 혹자는 등교시간 결정권이 학교장의 권한이고, 교육청이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자율권의 침해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교육의 경쟁적 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일선학교가 알아서 할일로 맡겨놓은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모든 교육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토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 여긴다. <강봉수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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