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예술관광시대를 준비하며
입력 : 2013. 07. 18(목) 00:00
원래 관광이란 말은 '관국지광(觀國之光)'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중국의 고전 역경(易經)에 나오는 관국지광은 '나라의 빛을 본다'는 뜻이니, 한 나라의 위상에 대해 왕을 보고 판단하기보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세기 가까이 '관광입도'를 내세운 제주관광의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진단하며 내일을 모색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인 듯싶다.

사람들은 왜 제주를 찾는가? 제주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가는가? 368개의 오름과 용암동굴, '흑룡만리'로 일컬어지는 돌담과 제주말, 거센 바람과 파도, 그리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바다에서만 들을 수 있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이 모두가 제주를 찾는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매력일 것이다.

돌담이나 원담, 초가나 정낭에서 우리는 이 땅에 살다간 선인들의 지혜와 탐라문화예술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다. 이것이 제주의 실체요, 정체성이다. 이렇게 가장 제주다운 것을 살려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금년 7월 11일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536만 1417명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외국인 관광객 200만 시대'가 제주관광 1000만 시대와 함께 실현될 전망이다. 이는 우리 제주도민들이 가만히 앉아서 이뤄진 결실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와 도전에 대한 응전의 성과물인 셈이다. 제주가 잘 보전된 자연자원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에 이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이란 역사를 쓰지 않았던들, 그리고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 '올레 걷기'가 없었던들 이러한 성적표를 받아들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관광이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문화요 예술이다. 얼마 전, 세계적인 여행전문지 트래블러는 죽기 전에 가 보고 싶은 세계 7대명소를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는 일본의 '나오시마섬'이 포함돼 있다.

나오시마는 10여 년 전만해도 주민들이 육지로 떠나고 빈집이 많은 버려진 섬이었다. 그러나 후쿠다케라는 일본의 베네세 홀딩스그룹 회장과 안도 다다오라는 건축가가 만나 이 섬은 미술프로젝트에 의한 예술의 섬으로 재창조 되면서 불편한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현대 예술의 성지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 제주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제주는 이미 준비된 '예술의 섬'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시에 제주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도립미술관이 있고, 저지에 현대미술관과 서귀포에 소암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기당미술관, 이왈종 미술관 등이 있다. 앞으로 김창열 미술관과 변시지 미술관 건립을 통해 온 섬을 문화 벨트화하고 있다. 이른바 앞으로 펼쳐질 예술관광의 시대로 남들보다 앞서 나가야 10년, 20년 후에도 제주를 먹여 살리는 확실한 전략이 될 것이다.

예술관광이야말로 제주가 대한민국 관광의 대표주자로서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리는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또 한번 시대의 변화와 도전에 응전해야 할 때이다. <이명도 제주자치도문화관광스포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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