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무상교육보다 더 급한 고교 구조혁신 문제
입력 : 2013. 05. 30(목) 00:00
최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의미 있는 교육토론회를 열었다. 이른바 제주의 고등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재정마련을 어떻게 할 것이며, 그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안보다 먼저 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찬반을 떠나 일단 이러한 토론회가 열린 것 자체만으로도 상찬할 만한 일이다. 어느 지역보다 먼저 초등 무상급식도 시작한 제주가 도민적 공감대만 얻는다면 이 또한 못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교 무상교육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제주의 교육문제이다. 고입경쟁구조의 문제가 그것이다. 한국에서의 학교교육 문제야 한둘이 아니지만, 문제를 낳은 원인을 생각할 때 일차적으로 우리 사회가 학벌중시 사회라는 데 있고, 다음으로 그에 수반한 대입제도에 있다. 이 두 가지가 초중등 학교교육의 전반을 규정하고 이로부터 교육 현장의 많은 문제들이 파생한다. 이러한 진단은 너무나 진부한 얘기다. 그러나 아직도 이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제주의 교육문제는 대입에 앞서 고입의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제주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온갖 시험에 멍이 들고, 고입의 문턱에서 성공군과 실패군이라는 첫 낙인이 찍힌다. 3년째 이어지는 수능 전국 1위라는 성적도 고입의 문턱을 성공적으로 넘어선 아이들의 몫에 불과하다. 여기서 고입의 문턱을 넘어선 아이들이란 과학고, 외국어고, 제주시동지역 평준화 일반계고, 서귀포시 동지역의 비평준화 일반계고에 들어간 학생들을 말한다. 중학교 졸업생 대비 약 53%를 겨우 넘는 비율의 학생들만이 이들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그래서 제주에서의 고입경쟁은 육지부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제주의 치열한 고입경쟁은 초중학교 교육에 많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애오라지 학력만능, 경쟁만능, 평가중심의 교육과정이 운영될 뿐이다. 미래의 꿈과 자질에 상관없이, 제주의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자마자 0교시에서 방과 후 보충수업까지 고교입시에 매진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은 일찍부터 초등학교에까지 내려왔다. 이 정부가 문제점을 인정하고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선 아직도 어느 지역에도 없는 제학력갖추기평가의 실시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듭되는 것도 고입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경쟁과 평가 중심의 교육과정은 당연히 어느 지역보다 더 많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주시 동지역으로 인구유입과 도농 간 교육격차를 가져와서 지역균형발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의 교육문제는 고교구조를 혁신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읍면 지역의 많은 고교들이 일반계고로 바꾸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은 이른바 연합고사 등에 성공하지 못한 아이들이 가는 곳에 불과하고, 고입경쟁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읍면지역을 포함하는 평준화고의 확대와 정말로 가고 싶은 전문계고를 육성하는 방안만이 해결책이라고 여긴다. 교육과 지역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고교구조를 혁신하여 서제주시·동제주시·서귀포시 3권역의 평준화고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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