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제주밭담과 지역유산의 중요성
입력 : 2013. 04. 18(목) 00:00
'유산(遺産)'은 '앞 세대가 물려준 사물 또는 문화'라 풀이된다. 선대가 삶을 영위했던 방식과 재산을 통칭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후대들이 이어받아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편이 됨은 물론이다. 근래 들어 제주지역에서도 그 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을 비롯해 국가농업유산 등 제주지역의 자연과 문화가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산들은 단순한 보존 차원을 넘어서 오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재로 활용할 수 있기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세계유산의 지정·등재는 현재 UN 산하기관 가운데 2개 기관이 맡아 하고 있다. 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는 문화나 경관 중심으로 유산을 지정하고,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에서는 농업문화와 시스템 등을 유산으로 등재하고 있다. 제주지역은 UNESCO가 지정한 자연과학분야 유산자원을 3가지나 보유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이 그것이다. 칠머리당굿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지난 1월 '흑룡만리 제주돌담밭'이 국가농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는 중앙정부가 올해부터 주요업무의 하나로 복지농촌 건설을 위한 농촌다운 보전 방안으로 농업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제주의 돌담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 반 바퀴를 돌고도 남는다고 한다. 끝없이 이어진 그 모습이 흑룡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닮았다 해 '흑룡만리'라 부른다. 제주의 대표적 경관의 하나인 밭담이 국가농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밭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에 충분하다.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어 오히려 도민들은 그 가치에 무관심했을 수도 있던 차에 국가농업유산 지정은 그 가치를 새롭게 환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와 때를 같이해 제주의 밭담을 '제주밭담 농업시스템'이란 이름으로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이 모아지고 있다. 이게 원만히 성사된다면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에 이어 제주농업과 관련이 있는 문화와 경관을 세계적으로 뽐내는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루는 셈이다.

제주지역의 밭담은 제주섬에서 농업이 시작된 이후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섬사람들의 손길에 의해 한 땀 한 땀 쌓아올려진 거대한 유산이다. 돌밭을 일구면 쏟아져 나오는 돌들을 쌓아올려 제주 특유의 바람과 마소의 농경지 침입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하는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처럼 제주농업을 지켜온 밭담은 제주섬 전체를 유려한 곡선으로 수놓는 독특한 경관 연출로 제주관광의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농업유산의 국가농어업유산 지정과 세계농업유산 등재 추진은 그 가치를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제주밭담은 농업적 가치는 물론, 문화·생태·경관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적 가치 등 미래가치 또한 충분하다. 이러한 가치들이 후대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도민 모두의 관심과 지혜가 모아져야 하겠다.

<강승진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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