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제주산업, 이제 상상력으로 승부하자
입력 : 2013. 03. 21(목) 00:00
며칠 전에 '서울 이노베이티브 스웨덴'이란 제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 '싱크 디퍼런트(Think Different)'를 가장 잘 실천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라고 소개하면서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5%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스웨덴의 힘은 엉뚱한 상상력에 기반을 둔 '끊임없는 혁신'에 있다고 했다. 휴대용 화장실 피푸(Peepoo), 눈으로 그림 그리기 등 상상력에 기반 한 혁신 사례를 보여주며 혁신에 가장 큰 장애물은 고정관념이라 했다. 상상력이 경쟁력인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제주 산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재확인해 줬다.

제주에서도 향토자원의 고부가 가치화를 위한 바이오산업 육성으로 화장품, 식품 등의 다양한 신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나 시장 경쟁력은 아직 부족한 상태이다. 공급자 입장에서 연구개발 된 비슷한 상품들이 대부분이고, 톡톡 튀는 상상력을 갖춘 제품은 보기 드물다. 단순 제품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한 서울 인사동의 똥빵은 불티나게 팔리는데, 대박 내는 제주상품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상상력에 의한 엉뚱한 제품을 기획해 볼 때이다.

상상력의 제품개발에는 산업 간의 융복합화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예컨대, 창조의 여신이라는 '설문대 할망', 농사의 여신 '자청비'의 스토리를 제품에 첨가하는 것이다. 거인 설문대 할망의 힘은 한방바이오제품에 스토리를 불어넣을 수가 있고, 자청비의 오곡씨앗은 식물공장을 상상하게 하고, 다이어트 식품이나 우주식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리지 않은 15일 간의 왕의 행적을 다룬 것으로써, 상상력 하나가 800억원이 넘는 흥행을 창출했다. 제주는 설화의 나라이다. 제주의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에서 원초적인 상상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아바타처럼 제주 신들이 쏟아내는 신비감에 대한 상상력은 문화콘텐츠산업의 원동력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영등 할망과 설문대 할망이 동맹해 제주의 1만8000여 신들을 불러 모아 동중국해 이어도 섬을 바다위로 끌어올리는 상상은 동중국해 바다를 제주의 땅으로 만든다.

상품개발의 패러다임이 연구개발(R&D) 중심에서 상상개발(I&D; Ima-gine&Development)로 바뀌어가고 있다. 1인 기업은 물론 어린이와 주부들도 생활 속에서 느끼는 상상력을 발휘해 대박 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제주에서도 1인 창조기업 창업 붐이 일고 있는데 다행스러운 일이다. 창업 열기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정책개발은 물론 아이디어를 사업화에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공급해야 한다. 공공 지식재산권이나 DB를 오픈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1인 창조기업 공간을 확대하고 상상력 개발센터와 같은 인프라 조성 등으로 도민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발명왕 에디슨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시를 자주 썼다고 한다. 시는 은유적인 엉뚱한 상상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2013년의 봄, 상상력을 키우는 멋진 시를 한편씩 써보는 것은 어떨까.

<김창숙 제주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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