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행정체제 개편, 도민의 진정한 뜻 헤아려야
입력 : 2012. 10. 04(목) 00:00
지금, 제주는 제주도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정책 중 하나인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학자들의 정책 실험장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지난달 21일 행정체제개편위원회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시장직선제의 당위성에만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렇다면 과연, 시장직선제가 정답일까? 정보의 왜곡으로 시장만 도민이 직접 뽑으면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고 있다. 사람에게 인격(人格)이 중요하듯, 어떤 행위나 법률적으로 의미 있는 행위를 할 때에도 권리를 얻을 수 있고, 의무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 즉 법인격(法人格)이 있어야 한다. 자치단체도 법인격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법인격이 있어야 재산을 소유할 수 있고, 자치입법권이나 자치재정권도 상당 수준 행할 수 있다. 현재 논의되는 시장직선제는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중 제대로 갖출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 주민자치 강화, 풀뿌리 자치 강화의 관점에서, 법인격이 없는 조직은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즉, 지금의 논의 수준대로의 시장직선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정체제 개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주민들의 많은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6년만에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더 늦기 전에 잘못된 제도라면 바꾸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난 6·2지방선거를 앞둔 그해, 제주지역 언론 4개사 여론조사에서 도민 5명 중 3명(59.6%)은 자치권 부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근민 도지사는 이러한 도민들의 뜻을 읽어 기초자치권 부활을 주요한 정책으로 내걸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논의는 과연 주민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제왕적 도지사 문제,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권이 전제가 되는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행정편의주의적이고 실현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제대로 된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2006년 행정체제개편이 이루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중앙정부의 전략에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2001년 정부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기본계획을 확정했고 2003년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상 장기적 정책과제로 시·군자치제 폐지를 적시했으며 당시 우근민 지사의 지시로 행정개혁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되었다. 즉, 지금의 행정체제개편은 애초에 제주도민의 풀뿌리 생각은 생략이 된 채, 중앙정부에 의해 추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금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재설계하기 위한 중요한 기초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만큼 주민들의 활발한 논의참여와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지방자치의 확충, 강화가 행정체제개편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주민의 편익과 권리의 확대는 뒤로하고 과거처럼 행정의 효율성, 중앙의 요구 등이 우선시 되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된다. 제주도의회 역시 도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풀뿌리 자치를 실현하는 길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하며, 함께 노력해 갈 것이다. <박주희 제주특별자치도의원>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89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목요논단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