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바레인 공주의 구상
입력 : 2012. 08. 16(목) 00:00
중동에 있는 바레인왕국의 세이카 공주가 지난달 중순 제주를 다녀갔다. 그녀는 원래 '세이카 데야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다. 바레인을 통치하고 있는 알 칼리파 왕가의 일족이다. 현재 바레인 굴지의 '리야다(Riyada) 컨설팅 그룹' 대표로 있다. 이 회사는 중동, 북아프리카, 러시아 등에서 석유와 가스 개발, 투자, 컨설팅 등을 통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낸다. 공주의 제주 방문은 지난 4월말 도지사 일행이 경제영토 확장을 위해 바레인을 방문한데 따른 답방이자 최근 몇 년 새 대외 지명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 제주의 투자가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채식주의자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채식주의자가 5배 이상 늘고 있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채식도 관심을 끌고 있다. 가수 이효리를 비롯해 배우 이하늬, 송일국도 대표 채식주의자 연예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채식연합(IVU)에서는 채식을 '육지에 있는 두 발과 네 발 달린 동물을 먹지 않은 것은 물론 바다·강에 사는 어류도 먹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채식주의자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네발 달린 짐승의 고기만을 먹지 않는 세미(semi), 두발 달린 짐승의 고기까지 먹지 않는 페스코(pesco), 어류까지 먹지 않는 락토오보(lacto ovo), 달걀까지 먹지 않는 락토(lacto), 우유까지 먹지 않는 비건(vegan), 식물의 줄기와 뿌리도 먹지 않고 땅에 떨어진 열매만 주워 먹는 프루테리언(fruitarian) 등이 있다. '채식주의' 하면 헬렌 니어링을 빼놓을 수 없다. 헬렌은 남편 스콧 니어링과 함께 미국 버몬트 숲의 한 농장에서 철저하게 '땅에 뿌리박은 삶'을 살다 간 생태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들의 소중한 삶의 기록은 헬렌이 생전에 펴낸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의욕적으로 세계적인 프로젝트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 세이카 공주는 바레인 경제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다. 바레인은 언덕배기 하나 없는 사막 위의 섬나라다. 푸른 들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면적은 제주의 3분의 1. 인구와 고용 외국인을 합한 거주민수는 도합 140만 명이다. 섬전체가 꽉 찬 도시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바다를 매립하며 좁은 국토를 무진장 확장해 나가고 있다.

바레인은 국제금융의 허브다. 한 때 중동의 파리라 불리며 국제금융도시로 부귀영화를 누렸던 레바논의 베이루트가 내전으로 몰락한 후 모든 국제금융이 바레인으로 몰려들었다. 차이나 뱅크, 시티뱅크, HSBC, JP모건 등 '내로라'하는 350여개의 국제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좁고 사막뿐인 땅이지만 대대적인 금융개방을 통해 바레인의 부를 축적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제주를 방문했던 리야다 컨설팅의 세이카 공주가 제주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돌아갔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제주만이 갖고 있는 투자매력도(경관, 문화, 제도)에 흠뻑 빠졌다. 도심까지 내려앉은 안개와 보슬거리며 내리는 장맛비도 중동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특히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삼성혈을 돌아보고 제주의 탄생신화에 큰 감명을 받기도 하였다. 한식 세계화의 상징인 비빔밥도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공주가 제주에 구상하고 있는 것은 난치병 치료시설과 종합병원 등 휴향형 의료리조트(Clean & Clinic Resort)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녀의 방문은 제주가 휴향형 의료리조트의 최적지임을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주의 구상을 실현시켜 바레인이 제주의 경제지평을 중동으로 넓혀 나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승익 제주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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