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죽음의 계곡' 넘어서기
입력 : 2012. 07. 19(목) 00:00
제주지역산업진흥사업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나고 있다. 그 동안 전략산업으로 육성된 바이오산업(BT)과 디지털콘텐츠산업(IT/CT)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여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단계까지 도달하였다. 특히, 창업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져 기업체 수가 2003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여 6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창업기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술개발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화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과정을 죽음의 계곡이라 부르고 있다. 그 동안 향토자원의 산업화를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하여 온 제주의 많은 BT, IT 기업들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확보된 신기술을 사업화하는 단계로 진입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치열한 경쟁과 자금부족, 기술력의 한계 등에 직면하면서 개발된 신기술마저 사장될 수 있는 어려운 시기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도내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통과하여 규모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건들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 등은 기술개발이란 높은 산을 넘어 온 기업체가 마케팅이란 더 높고 험준한 산을 오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역기업의 눈높이에 맞추는 기업지원 사업들을 발굴해야 하며, 기술이전 등의 기술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져 신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공공구매는 창업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고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 될 수 있기에 제주도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우수 지역제품에 대한 공공구매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업인 스스로가 능력을 배양하고 혁신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인들의 능력과 기업가 정신이 제일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행여나 정부의 지원사업에 의존하여 스스로 죽음의 계곡에 안주해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쟁력은 경쟁적 구조에서만 나온다'라는 평범한 진리에 대한 인식은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올 수 있는 동력원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신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산업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대학, 연구기관, 행정기관 등 모든 산업주체가 신개념의 기업가정신(起業家精神, Entrepreneurship)을 우선적으로 가져야 할 것 같다. 단순히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企業家, Businessman)로서가 아니라 어떤 일을 일으켜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서 새로운 가치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기업가(起業家)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제주에서도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뭉친 제주만의 독특한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산·학·연·관이 한 몸이 되어서 산업의 불모지인 제주에 과학기술기반의 산업클러스터를 조성시킨 끈끈한 협력 정신은 제주형의 기업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로 지역산업진흥사업이 마무리되고 내년부터는 새로운 지역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라 한다. 제주 기업들이 무사히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온 도민이 애정을 보내 줄 때이다.

<김창숙 제주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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