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53)안덕면 화순리
입력 : 2023. 12. 01(금) 00:00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자연자원을 활용한 6차산업 마을기업이 현실로
[한라일보] 섬 제주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요소를 다 가졌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마을이다. 모래사장을 낀 해변과 생태자원이 풍부한 하천, 오름과 곶자왈, 항구. 거기에 중산간 느낌을 주는 목장 지대까지. 산방산과 월라봉 사이에 남북으로 경사를 이루는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바다는 내려 보고 있다. 안덕면의 면 소재지라고 하는 위상에 걸맞은 다양성과 복합적 기능을 소유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최강의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온 마을공동체 정신이 시대정신에 맞는 마을기업의 형태로 승화되는 곳.

창고천이 군산과 월라봉에 막혀서 서쪽으로 물길을 틀어 흐르다가 화순리에서 바다와 만난다. 냇가와 모래 해변이 만나는 지점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원시 주거 형태의 하나인 바위그늘집이 있고, 금모래해변 동쪽 둔덕에 조개무지 패총이 있다. 남방식 고인돌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선사시대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마을 어르신들의 설명에 의하면 지금처럼 대촌락의 형성된 것은 족보나 비석을 통해서 파악하거니와 16세기 경으로 보고 있다. 물이 항상 번번하게 흐르는 냇가라는 의미로 '번내'라고 부르던 마을이다. 1840년대 초에 동수리와 번내가 합쳐져서 화순리라고 하는 마을 명칭이 탄생하였다. 상천리 병악을 발원지로 하여 안덕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막아 논농사에 활용했다는 '도막은소'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풍족한 농업용수를 바탕으로 마을이 번창하게 된 것. 월라봉 서쪽 황개천은 제주에서 드물게 건천이 아니다. 마을 전체를 하나의 탐방코스로 묶어서 상품화하는 전략에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노력하여 성공적 모델이 되고 있다. 제주의 다양한 면모를 화순마을 탐방을 통하여 만끽할 수 있는 구조다. 곶자왈탐방로와 해변탐방로, 하천탐방로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향유할 수 있게 되어져 있다. 탐방로라고 하는 형태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화순리의 실질적 자연자원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곶자왈탐방로는 번내태양광발전소 인근 자연에너지 운영센터를 출발하여 화순곶자왈 입구로 들어가 전망대를 통과해서 생태주차장과 목장지대에서 내려오면 자연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해변탐방로는 제주조각공원 인근에서 주슴질을 따라 내려와 소금막에 이르면 동쪽으로 해안절경이 펼쳐지고 여기를 따라서 걸어가게 된다. 썩은다리와 담수풀장이 있는 황금모래해변을 지나 지석묘와 선사유적까지 보면서 자연스럽게 하천 탐방을 할 수 있다. 황개천과 개끄리민교, 산받은물, 도막은소로 이어지는 하천은 생태계의 진정한 보고다. 하나의 권역을 이루는 탐방프로젝트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까지 더해진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그동안 마을공동체가 기울인 노력은 집념에 가깝다.

강영봉 이장
강영봉 이장에게 화순리가 보유한 최고의 자부심을 묻자 "물 좋고 인심 좋고" 물이 좋으니 인심이 좋다는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화순리 사람들은 인정이 넘치는 온순한 성품의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넉넉함에서 왔을 것이다. 하천의 풍부한 수자원과 바닷가에서 솟아나는 양질의 용천수가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흡족함을 제공하여 왔으니 다툴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유순한 성품은 가장 큰 정신적 자산이 된다고 한다. 그동안 이뤄 놓은 다양한 마을 사업 성과들에 이어서 야심찬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얼수명촌 금모래해변 담수욕장 개수 및 노천탕사업'과 미디어센터 유치에 따른 파급력이 대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역량과 주변 여건을 꾸준하게 만들어 온 효과가 그 기반을 밑고 외부에서 알토란 같은 사업들을 가지고 화순리에 들어오고자 하는 것이다.

놀라운 발상이 있었다. 마을 동쪽 해안가 남부 화력에 필요한 바닷물 냉각수는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면 자연스럽게 뜨거운 온수가 되어 배출된다. 그 뜨거운 바닷물을 활용한 해수탕 사업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지닌 마을공동체 사업이다. 새로운 명소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낮은 내리막 올레에서
<연필소묘 79cm×35cm>

큰 길가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 주변에 집이 없으니 골목이 아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올레다. 정겹다. 그리고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태양 광선이 돌담들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니 그리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한 것. 평지에서 조금 경사를 이루는 각도가 선물하는 독특한 원근법적 상황이 매력적이다. 미세하게 휘어져 내려가는 돌담의 흐름이 인위적 자연미라고 하는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채색을 하면 색이라고 하는 강렬함에 돌담이라고 하는 테마가 가려져 버릴 것이다. 쌓인 돌담 하나하나를 정밀묘사 하는 심정으로 화면에 옮겨놓았다. 벽돌이나 블록이라고 하는 직선이 아니기에 저 불확정성이 지닌 힘은 땅의 곡면을 그대로 읽어 내릴 수 있다. 그 놀라운 기능을 그리려 하였다. 도시가 보유했다는 직선의 효율을 능가하는 자연의 효율을 불규칙 속에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굴곡마저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돌담의 마력을 경사가 많은 이 마을에서 찾아다니다가 여기에서 발견하고 환희의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밭 사이로 난 길처럼 보이나 그 길의 끝에는 집이 있다. 다르게 보면 밭들 속에 집이 있으니 누가 봐도 농부의 집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이 올레를 그리면서 추억에 젖어들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소박한 돌들이 자기 위치에서 햇살을 맞이하고. 풀들과 함께 정겨움을 토로하면서 오래도록 그렇게.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소망을 그린 것일까?

산방산과 함께 살아온 존재들
<수채화 79cm×35cm>

화순리의 특징은 경사진 땅의 흐름이다. 그 상황이 태양빛을 맞이하는 모습은 황홀경에 가깝다. 바다로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굴곡들 속에 대대로 집터를 잡고 삶을 영위하여 온 그 시각적 풍요를 그렸다. 멀리 산방산이 눈부신 햇살의 두께가 생성시킨 거리감 때문에 엷은 청회색으로 빛나고 있다. 산이 주는 신비감을 배경으로 나무들이 자기 위치에서 빛과 그림자를 노래하고 있다. 홍일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근경의 붉은 지붕. 청산과 대비되는 붉음, 사이에 초록이 경계를 이룬다. 이를 어찌 겨울풍경이라 할 것인가? 겨울 북서풍이 경사진 여기에서는 맹위를 떨치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초록이 온전하게 기후를 설명 할 수 있는 것이다. 회화적인 구도는 단순하거니와 세부적인 결합이 심각한 난이도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상의 상관 관계가 얽혀져 있어서 이를 명암법과 원근법이라고 하는 서구적 틀을 가지고서는 해석이 불가능한 경우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길과 밭 사이에 나무들이 자라고, 가려졌다가 나타나기를 화면 속에서 반복하는 형국이기 때문에 묘사력의 측면으로 극복이 요원한 상보적 딜레마가 느껴진다. 먼 산과 마을이 이렇게 그림 속에서 결합을 하였으니 그 느낌은 평화다. 광선의 양이 유독 더 강한 것은 환경적 요인이다. 바다에 반사된 태양빛까지 경사진 이 공간에 올라와 빛을 노래하고 있으니. 이 섬의 남쪽 산방산을 서쪽에 두고 오래도록 시각적 풍요를 누려온 이 마을을 부러워했다. 큰 화면에 그리지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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