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달아난 성범죄자 뒤늦은 국제공조수사 '논란'
입력 : 2023. 05. 31(수) 17:36수정 : 2023. 06. 03(토) 09:55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영장 발부 A급 중국인 수배범 등 도주 4년 만에 사법공조 요청
경찰 "반드시 해야한다 의무 규정 아닌 할 수 있다 임의 규정"
학계 "범인 신속 검거 가장 중요… 출국 확인 즉시 요청했어야"
[한라일보] 성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피의자가 해외로 달아나 미제로 남은 사건들에 대해 제주경찰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외국인 성범죄 피의자가 해외로 출국한 지 4~5년이 지난 후 뒤늦게 이뤄져 논란을 낳고 있다.

3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경찰청은 이달 중순쯤 외교부를 통해 중국과 캐나다에 중국 국적 A씨와 캐나다 국적 B씨에 대한 국제공조수사를 각각 요청했다. 국제공조수사는 국외로 달아난 범죄자를 검거하거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국가끼리 협력해 수사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자국으로 도망간 범죄자가 해당 국가에서 체포되면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타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 중국,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이같은 조약을 맺은 국가들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 3일 서귀포시 모 복합리조트 수영장에서 여성 신체를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혐의를, B씨는 서귀포시 모 국제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2018년 9월14일 학교 내 수영장 여자 탈의실에 침입한 혐의를 각각 받는다.

경찰은 사건 발생 즉시 수사에 착수했지만 A씨가 범행 17일 만에, B씨는 범행 5일 만에 해외로 달아나면서 지금까지 검거하지 못했다. 또 당시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7년 이하 징역형 등에 처해지는 범죄여서 긴급체포 요건(3년 이상 징역형 또는 금고형)에 해당해 출국금지 대상이지만 수사 초기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 법무부에 출국금지 요청을 할 수 없었고, 반대로 B씨는 신원이 확인됐지만 같은 법 상 징역 1년 이하의 범죄여서 출국금지 대상이 아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 신원은 출국 후 확인됐으며, B씨는 경찰과 출석 조사 날짜를 조율하던 중 해외로 달아났다.

경찰은 최근 외국인 성범죄 미제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신원이 확인된 A씨와 B씨에 대해선 국가 간 사법 공조를 통해 검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제공조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왜 이제서야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경찰 지침상 애초부터 징역·금고 1년 이상 범죄는 국제공조수사 대상이어서 도주 직후에도 국가 간 사법 공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A씨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A급 수배범'이지만 경찰은 검거와 국내 송환에 필요한 국가 간 사법 공조를 그동안 미뤘다. B씨는 소재 파악을 위한 지명통보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침상 국제공조수사 요청은 '반드시 해야한다'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식의 임의 규정"이라며 "공조수사 요청을 할지 말지는 담당 수사관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반면 고헌환 제주국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사 사건에서는 신속한 범인 검거가 가장 중요하다"며 "피의자들이 해외로 달아난 그 즉시 국제공조수사에 나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5년간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외국인 성범죄는 87건이다. 유형별로는 강간·추행이 58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카메라 등 이용·촬영 25건, 성적목적 다중이용시설 침입 3건 등의 순이다. 이 가운데 10건은 아직 검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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