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21)당신의 얼굴-김언희
입력 : 2023. 05. 30(화) 00:00수정 : 2023. 05. 30(화) 20:40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당신의 얼굴 - 김언희



당신의 얼굴이

치익

켜진다 성냥불처럼



내 눈동자에 박힌 심지가 타들어간다



망막이

지글지글 끓는다



눈에 붙은 이 불이

다 타는

순간까지가 나의 사랑이라고



하나 남은 눈동자에, 마저

불을 붙일 때



치익



켜진다

당신의 얼굴

삽화=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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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수 없는 사랑의 한순간을 뛰어넘기 위해 감행되는 것은 눈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그 방법에 의해 당신의 얼굴은 동원되고, 당신의 얼굴로부터 감정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앙양되는 감정으로부터 당신의 얼굴을 바라본다. 내 눈동자에 치익 켜지는 것도 그게 타들어가는 것도 사실은 '당신의 얼굴'이다. "눈에 붙은 불"은 시인의 기억이며, 상심과 고독이며, 이 불이 "다 타는 순간까지가 나의 사랑"이라는 자기 분열의 고통이다. 시인은 이 불 때문에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한다. 타버리고 하나 남은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오직 "당신의 얼굴"뿐이며 이마저 타면 두 눈은 감기는 것이다. '사랑'이라고 불러야 할 눈동자의 불은 누가 물을 들고 뛰어가 꺼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거기에 그냥 둘 수밖에 없다. 스스로 매혹되지 않는 한 불 속에 뛰어들 수 없어서 사랑은 상술되지 않아도 우리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위험하고 애달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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