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사 영장청구권, 헌법상 수사권 아니다" 결론
입력 : 2023. 03. 23(목) 21:10수정 : 2023. 03. 23(목) 21:15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수사권, 헌법상 권한 아닌 법률상 권한…입법 행위로 침해 불가"
소수 의견 "檢수사·소추권은 헌법상 권한…법 개정으로 침해"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23일 법무부와 검사 6명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검사 수사권의 헌법적 지위에 대한 사실상 첫 판단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근거로 헌법에 검사의 수사권이 보장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국회 입법을 통해 행정부 차원에서 각 기관에 배분하는 '법률상 권한'에 그친다고 봤다.

◇ 다수 의견 "법률상 권한, 입법 행위로 침해 안 돼"

헌재는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청구한 권한침해확인·법개정 무효확인 청구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사건의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마무리하는 결정을 말한다.

다수 의견(유남석 소장·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우선 국가기관의 '헌법상 권한'은 국회 입법 행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기관의 행위로 침해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법률상 권한'은 다른 국가기관의 행위로 침해될 수 있을지언정, 국회의 입법 행위로는 침해될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국회가 입법 행위를 통해 국가기관의 '법률상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 권한을 만들어 준 게 국회이니, 국회에 역으로 '권한 침해'를 따질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관들은 이러한 대전제 아래 검사들이 '검수완박법' 때문에 침해당했다는 수사권·소추권이 '헌법상 권한'인지 '법률상 권한'인지를 따져 들어갔다.

◇ 다수 의견 "헌법상 영장신청권, 수사권으로 보긴 어려워"

다수 재판관은 '검사의 수사·소추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재판관들은 일단 수사·소추 자체는 원칙적으로 입법·사법권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기능으로서,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부여된 '헌법상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법이 이 권한을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행정부 내에서 수사·소추권을 어느 기관에 둘지는 입법 절차를 통해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 여러 수사기관에 수사권이 분배돼 있는 건 국회 입법 행위의 결과물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헌법 12조 3항과 16조가 부여한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토대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이 도출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 재판관은 헌법에 영장신청권 조항을 둔 것은 수사 과정에서 남용될 수 있는 강제수사를 '법률전문인 검사'가 합리적으로 '통제'하라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영장신청권을 곧바로 '수사권' 전체로 일반화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수 재판관은 이런 판단에 근거해 '검수완박법'이 검사의 영장신청권 자체를 제한하는 건 아니니 검사의 '헌법상 권한'이 침해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청구인에 함께 이름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권·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기에 청구인 자격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다수 의견에 한 검찰 관계자는 "헌재라도 위헌적 입법을 막아줬으면 했는데 안타깝다"며 "우리 정치 지형이 그대로 투영돼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반대 의견낸 네 재판관 "검사 수사·소추권은 헌법상 권한"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검사의 권한침해 가능성을 인정하며 '검수완박' 법 개정 절차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검사가 가진 수사·소추권은 '헌법상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소추 기능'은 법률로써 폐지할 수 없는 '국가기능' 이므로, '국가기관의 소추권'은 '헌법상 권한'이라는 것이다. 헌법상 이런 기능을 하는 국가기관이 '검사'라는 것도 명백하다는 게 이들 재판관 의견이다.

이들 재판관은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는 것도 그 자체가 '국가의 수사 기능'을 실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수사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의 영장신청권 조항은 '헌법상 검사'에게 '헌법상 수사권'을 부여한 조항이라는 것이다.

이런 판단 아래 네 재판관은 '검수완박법'이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 행사 범위를 제한해 권한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나아가 검사들의 침해된 권한을 즉시 회복할 필요도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개정 법이 이미 적용된 경우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도록 '법률 무효'가 아닌 '취소' 결정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헌재 판단 이후 시점부터 '검수완박법' 이전 법률로 돌아가자는 취지다.

이들 재판관은 법무부 장관의 적격성도 인정했다. '검수완박법'이 장관이 가진 '검사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권'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심판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는 검찰의 소추권이 차단돼, 법무부 장관의 검사 사무 관장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845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