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수형인 1000명 무죄 판결 장찬수 "연대 정신 잊지 말길"
입력 : 2023. 02. 07(화) 14:59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4·3 전담재판부 초대 재판장 지내며 재심 사건 도맡아
300여명 군사재판 수형인 무죄 판결날 가장 기억에 남아
"일반재판 수형인 등도 직권재심 대상으로 법에 명시해야"
4·3전담 재판부를 이끌어 온 장찬수 판사.
[한라일보] 제주4·3 직권재심 재판이 열리는 법정은 4·3증언 본풀이장을 방불케한다.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4·3 직권재심 사건은 변호인 최종 의견, 검찰 구형, 선고 절차만 거치면 돼 단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지만 재판은 매번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4·3전담 재판부가 유족 한 명, 한 명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더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해도 4·3전담 재판부는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시라"고 다독였다.

"70년 세월동안 켜켜이 쌓은 한을 풀어줄 가장 공적인 자리가 법정입니다. 말씀이라도 하시면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4·3전담 재판부를 이끌어 온 장찬수 판사가 오는 20일 광주지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2020년 제주에 부임해 4·3 전담재판부 초대 재판장을 맡은 그는 그동안 4·3피해자 1000여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4·3을 이해하려 4·3진상조사보고서와 4·3서적을 완독하고, 4·3 참상을 그린 소설책 '순이삼촌'을 들고 법정에 들어섰던 장 판사는 "4·3 직권재심 재판은 민주화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노력의 결실"이라며 "그 연대의 정신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다음은 7일 제주지법에서 진행한 장 판사와의 일문일답.

▶그동안의 소회는=제주에 부임했을때 4·3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300명이 넘는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재심 청구서가 접수됐을 때 막막했다. 그래서 하나하나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또 법정에서 직접 유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접했다. 내가 4·3 유족이었으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앞으로도 명예회복이 필요한 4·3 피해자가 3000명이 넘는데 더이상 재심 업무를 할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그간 재판의 성과를 바탕으로 후임 재판장이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유족들 말씀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난다. 아들이 붙잡혀 간 후 날마다 새벽에 물을 떠놓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다는 사연, 4·3 발발 후 오빠와 할아버지가 모두 희생된 사연 등 모두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를 들라면 지난 2021년 300명이 넘는 군사재판 수형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날을 꼽고 싶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이어서 재판을 했는데 규모보다는 그 많은 피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억울함을 풀어줬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4·3재심 사건을 맡으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우선 당시 재판 기록이 온전히 보존돼 있지 않아 세세한 쟁점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재심은 이념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제주4·3특별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4·3을 이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이런 시각을 극복하는 것이 어려웠다.

▶제주4·3특별법 재심 조항 중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면=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해선 직권재심 규정이 명시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 군사재판과 달리 일반재판 수형인 판결문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재판 과정이 위법했던 것은) 직권재심을 할 수 있게 명시적 입법이 필요하다. 또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재심 재판 권할권은 제주지법으로 명시됐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

▶4·3유족·희생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동네마다 같은 날 제사하는 집이 많다고 얘기를 들었다. '같은 일 하면서 제각각인가'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모두를 위해 함께 가야 한다. 폭삭 속앗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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