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차마, 그 붉음이 온몸으로 번질지도…’
한라산 첫 단풍·상고대 관측… 오는 11월 2일 절정
영실·천아숲길·한라산둘레길·하원수로길 등 지천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입력 : 2022. 10. 21(금) 00:00
단풍이 붉게 물든 한라산. 한라일보DB
[한라일보] "오메,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이하 생략)"

가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시구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남도 시인 김영랑의 '오메, 단풍 들것네'는 장독에 날아드는 붉은 감잎을 보면서 가을이 왔음에 놀라는 누이의 입에서 나온 감탄사로 시작한다. 어린 나이인 11살에 장가를 갔지만 1년만에 아내를 잃은 김영랑 시인은 손아래 누이에 대한 애정이 더 각별했던 것 같다.

여름의 뜨거웠던 태양으로 달궈졌던 신록의 푸른 잎들이 찬바람을 맞으면서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가을날의 초상이다.

가을의 전령인 단풍이 이번 주를 시작으로 한라산 머리부터 차례로 산허리로 내려오고 있다. 각 수종의 단풍이 50% 이상 물들었을 때인 단풍 절정은 11월 2일쯤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한라산에서 올해 첫 단풍과 상고대가 함께 관측됐다.

주말, 집을 나서 발걸음만 잠시 옮긴다면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제주를 만날 수 있다. 이렇듯 도내 단풍명소는 한라산의 영실코스, 천아숲길, 한라산둘레길, 하원수로길 등 지천이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단풍구경을 못 했다면 올해는 절호의 기회다.

제주도민이 가장 좋아하는 단풍 명소는 단연 한라산 영실코스다. 산을 따라 차례로 단풍 옷을 갈아입는 시간의 흔적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곳이다. 높다란 가을하늘과 영실기암을 배경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단풍의 모습은 가을날을 채우기에 충만하다.

1100도로를 따라 찾아가는 서귀포시 소재 하원수로길(편도 4.4㎞)은 1950년대 만들어진 수로를 따라 탐방하는 묘미가 그만이다. 영실코스 주차장에서 하원수로길로 빠지면 되는데 계곡을 따라 곱게 늘어선 단풍나무들의 색이 가장 곱다는 소문이다.

인근의 무오법정사를 거쳐 들어가는 한라산둘레길의 하나인 동백길도 '단풍 맛집'으로 강력 추천한다. 이 길은 예전 겨울철 한라산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 산천단을 출발하려 하나 눈이 많이 내리면 이 길을 통해 올라갔다는 말이 전해지는 곳이다. 붉게 물든 단풍이 계곡물에 비친 모습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는 곳이다.

제주시 해안동 소재의 한라산 천아숲길은 아름답게 물든 단풍나무 배경이 장관이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길게 난 계곡, 그 뒤로 보이는 한라산까지 더해지면 최고의 포토존이다. 이 길은 돌오름을 출발해 천아수원지 10.9㎞의 구간으로 중간에 노로오름, 천아오름 등이 있다. 숲길을 들어가는 초입에서 천아계곡에 맞닥뜨리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한라산 어승생 동쪽에 수많은 봉우리와 골짜기로 이뤄진 아흔아홉골(구구곡)중 하나인 금봉곡 아래 위치한 사찰인 천왕사도 단풍 명소중 하나다.

붉게 물든 뾰족한 단풍, 절대 손을 건드리지 말라. 차마, 그 붉음이 온몸으로 전율처럼 번질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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