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자리돔의 계절, 추억을 먹다
보목·대정 등 마을마다 ‘자리돔 부심’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입력 : 2022. 04. 29(금) 00:00
물회·강회·조림·구이 등 입맛대로
된장 베이스에 제피 넣어 풍미 더해

빙초산·양조식초 미식 논쟁도 여전

바야흐로 자리돔의 계절이다. 예로부터 제주사람들은 자리물회 몇 그릇을 먹어야 여름을 난다고 했다. 그만큼 자리물회는 여름철 별미이고, 추억으로 먹는 제주음식이다.

보리가 한창 영글때면 자리돔이 가장 맛있다. 여기에 산초나무와는 다른 제피(초피)나무의 잎을 더하면 그 풍미는 기가 막히다.

요즘, 자리돔이 많이 잡히는 서귀포시 보목동 일대 부둣가 식당에는 자리물회를 먹기 위해 찾는 도민과 관광객들로 분주하다. 된장으로 간을 한 자리물회는 호불호가 가려지기 마련인데, 기정사실은 맛있다고 인정한 사람들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자리물회가 절로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라고 손꼽는다.

보목리를 찾으면 부둣가에서는 갓 잡아 배로 공수한 자리돔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자리돔이야, 물회부터 뼈째 먹는 강회, 구이, 조림, 그리고 숙성이 필요한 젓갈까지 다양한 요리재료로 쓰인다.

이렇다보니 제주 마을별로 '자리돔 부심'이 상당하다. "보목리 자리돔이 제일 부드럽고 맛있다" "모슬포 자리가 큼직하고 먹음직하니 최고다" 등등 동서를 가리지 않고 자기네 마을 바다에서 잡힌 자리가 최고임을 자랑한다. 오랜 시간 입맛과 지역에 대한 애착 등이 묻어난 '부심'이다.

싱싱한 자리돔을 뼈째 썰어 넣고, 여기에 부추와 청양고추, 양파, 미나리 등을 곁들인다. 국물 베이스는 타지역 물회의 고추장과 달리 된장이라는 점이 제주의 특징이다.

자리물회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제피섶(잎)이다. 한창 올라온 새싹을 잘게 썰어 물회에 넣으면 그 향긋한 맛은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을 없애는 것은 물론 입안 가득 풍미를 더하기에 그만이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또 다른 논쟁인 빙초산과 양조식초 선택도 흥미롭다. 나이 드신 분들은 양조식초보다는 빙초산을 선호한다. 맛이 한결 깔끔하고 더 새콤하다는 이유다.

이처럼 자리물회는 여름철 밭일을 하다가 막된장에 물을 부어 먹던 물회에 자리돔을 추가해 넣으면서 탄생한 음식이다. 지금은 제주를 대표하는 7대 향토음식 중 하나로, 영양학적으로도 생선회와 신선한 채소가 생으로 아우러진 건강식이다. 그래서 자리물회를 몇 그릇 먹어야 더운 여름을 날수 있다는 말이다.

구이는 또 어떠한가. 큼직한 자리돔을 골라 숯불에 직화로 구우면 특유의 노란 지름(기름)이 흘러나오면서 또 다른 별미를 만든다. 작은 체구지만 참 별난 맛을 낸다.

조림도 밥도둑이다. 메주콩을 살짝 볶아서 함께 곁들이고 식초를 살짝 넣어서 뼈를 부드럽게 하는 게 포인트다. 약불로 조려내면 최고의 반찬으로 변신한다. 짭조름한 국물과 살코기를 상추나 배추 잎에 쌈을 싸 먹어도 그만이다.

젓갈에는 갖가지 청양고추와 깨 등등이 더해진다. 다만 조심할 게 있다. 자리돔은 머리부터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릿가시에 입안 여기저기가 벌집이 되기 십상이다.

시원한 바다와 그 속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섶섬의 풍경. 요즘 보목리에는 연어처럼 자리물회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마, 청보리가 익어가고 수확하는 오뉴월이 자리돔 맛이 최고일 게다. 알을 품고 있는 자리돔을 만난다면 횡재다.

5월이면 가족 행사가 많다. 이에 앞서 이번 주말, 자리물회 먹고 시원한 바다 풍경도 즐길 수 있는 서귀포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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