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공중보건의 척도 하나는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입력 : 2022. 01. 19(수) 00:00
코로나사태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의 삶의 양식을 흔들어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코로나사태가 최소 10년은 이어진다며 호흡기감염병에 대해 다양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발생 초기의 위기의식과는 달리 지금은 변이바이러스까지 발생하고 있는데도 그 심각성이 일상에서 무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코로나사태로 인한 고통과 질환보다 대선 후보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시민들이 가지게 되는 답답함이나 분통이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할 것만 같다. 이것은 폭력이다.

공중보건의 관점으로 보면 최근 몇 년간 환경위생, 전염병 관리, 개인위생에 대해서는 모든 시민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 환경보건과 예방의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실체적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로 상반되거나 예측이 되지 못한 자극적인 정보들 속에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했고 더불어 삶은 위축되고 말았다. 호흡기감염병의 실체와는 무관하게 떠도는 말과 정보들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심인성(心因性) 질환을 더 걱정해야하는지도 모른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에 의하면 무의식도 언어로 구성됐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무의식은 사회 밖에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직면하기 두려운 현실, 부정적 감정을 무의식에 집어넣게 된다. 이는 어느 정도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너무 깊숙한 곳에 있으면 꺼내기 어렵고 방어기제만 남는 공격적인 사람이 된다. 타인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고 통제하려 들거나 남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능한 사람은 자기 무의식에 문제가 있는 이들이다. 무의식은 인격의 핵심이다.

정신적 고통이 육체적 통증으로 나타나는 신체화증상(somatization)은 흔한 일이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아픈데 병원에서의 신체적 진단은 '정상'이라고 한다. 심리적 요인을 제거했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몸의 병과 마음의 병이 따로 있지 않기에, 심인성은 치명적인 원인일 수 있다. 질병은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하지 않은 상태(dis-ease)를 말한다. 분노, 답답함으로 미칠 것 같을 때, 우리는 흔히 '암에 걸릴 것 같다'고 토로하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흔히 스트레스가 병이 된다는 말과 닿아있다.

코로나와 함께 정보의 범람에 대응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피로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 많은 정보들을 걸러낼 '체'를 자신에 맞게 갖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에는 '얼'이 들어있다고 하므로 말에는 말하는 이의 지적 수준이나 정신이 반영된다고 해야 한다. 말이 산소보다 많이 생산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공중보건의 한 척도로 말의 건강성을 진단하는 키트도 필요한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말은 강자나 약자에게 언제나 무기가 되기는 하겠지만 그 본질은 소통이라고 믿고 싶다.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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