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오징어게임과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입력 : 2021. 10. 20(수) 00:00
땅거미가 내린다. 집집마다 등이 켜지고 아이들이 하나 둘 골목으로 사라진다. 놀이가 끝났다. 어릴 적 놀이는 소소한 도구와 단순한 규칙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공기놀이, 술래잡기, 구슬치기,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땅따먹기… 새삼 오래된 놀이들을 소환중이다. 오징어게임은 땅바닥에 그려진 세모네모동그라미가 전부다. 그 안에서 목숨 건듯 논다. 놀다보면 다투기도 하지만 금세 말갛게 잊힌다. 또다시 땀내 나게 재밌다.

추석 연휴,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봤다. 궁핍의 극단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거액을 놓고 벌이는 죽음의 게임. 놀이로 포장된 의문의 서바이벌은 살벌하고, 씁쓸하게 공정해서 불편하고 흥미로웠다. 넷플릭스 창사 이후, 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 모두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작품이란다. 세계가 한창 '오징어게임' 따라잡기로 들썩인다. 공유 가능한 콘텐츠의 힘은 사뭇 놀랍다. 우리대한민국 표라서 기쁘다. 놀이에 입말 그대로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 외친다고도 하니 우리의 나라꽃 무궁화가 세계 골목마다 쩌렁쩌렁 피겠다.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는 세계적인 팝그룹 방탄소년단이 콜드플레이와 함께 협업한 곡이다. 콜드플레이 정규9집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의 수록곡으로 빌보드메인싱글차트 '핫 100'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곡에 두 그룹은 장르와 지역, 언어를 뛰어넘어 우주적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영어와 한국어로 섞어 담았다. 멋지다! 꼭 한번 듣고 보시라. 우주 속의 한 점인 나와 세계가 다시 '떼창'을 한다면 이 또한 한 편의 '나의 우주'가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제76차 유엔총회 특별행사에 대통령특별사절자격으로 참석했다. 모든 연설은 한국어로 이뤄졌다. 팬데믹 시대의 고난과 기후변화, 환경문제 등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는 한편 세계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유엔총회버전 퍼포먼스 영상을 선보였다. 일련의 행사들을 기획자는 '김구프로젝트'라 칭했다. 몇 년째, 그들의 메시지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사랑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절망에서 벗어나 서로 연대하며 새로운 세상을 다시 살아나가자'이다. 이 아름다운 청년들이 우리 대한민국 표라서 자랑스럽다.

코로나19로 암울한 시기지만 영화'기생충'과 '미나리'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우리를 들뜨게 하더니 K-팝, K-영화, K-게임, K-웹툰 등 여러 부문에 놀라운 실적들을 내고 있다.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자"던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의 개막선언을 우리말로 한다. 보란 듯이 우리말, 알아서 들으라는 자신감에 배시시 웃음이 난다. 우쭐해진 엄지가 저절로 선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었던, 100년 전 백범께서 가지셨던 간절한 바람대로 문화강국에 가까이 왔을까. 부쩍 포만감 가득해지는 인정욕구, 자긍심이 '달고나'처럼 다디달다.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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