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단순성에 집착했더니 복잡한 세상 풀렸다
스티븐 스트로가츠의 '미적분의 힘'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1. 10. 15(금) 00:00
무한의 원리 적용한 미적분
인류 문명 바꾼 변화의 법칙


차별과 편견에 맞선 흑인 여성 과학자들을 등장시켜 1960년대 미국의 우주 비행 프로젝트를 그린 '히든 피겨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칠판에 분필 글씨를 쓰며 우주선의 여행 경로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수학을 제공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든 종류의 운동은 매 순간 미적분학의 언어로 써진 수학 법칙에 따라 움직이면서 한 걸음씩 내딛는다는 뉴턴의 개념을 적용한 결과였다.

미국 스티븐 스트로가츠의 '미적분의 힘'은 지금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수학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뉴욕 타임스'에 수학 칼럼을 연재하며 영화 코너보다 더 인기 있다는 평을 들었던 저자는 미적분학을 통해 수학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미적분학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부분들로 쪼개는 데서 출발한다. 연속적인 형태나 물체, 운동, 과정, 현상에 대해 어떤 것들을 알아내려면 그것이 아무리 거칠고 복잡한 것이라고 해도 무한히 연속적으로 이어진 더 단순한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상상하고 부분들을 분석한 뒤 그 결과들을 합쳐 원래의 전체를 이해한다는 '무한의 원리'가 그 중심에 있다.

미적분학은 구부러진 형태에 대해 기하학자가 느낀 호기심과 좌절에서 탄생했다. 삼각형, 사각형, 정육면체는 둘레 길이나 면적, 부피를 계산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지만 둥근 물체들은 달랐다. 그래서 곡선들이 수많은 직선 부분들로 구성됐다는 가정 아래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다음엔 지구와 태양계에서 일어나는 운동으로 시선을 돌렸다. 떨어지는 물체의 비밀을 알아낸 갈릴레이, 행성 궤도의 법칙을 발견한 케플러, 접선의 기울기를 구한 페르마 등에 이어 뉴턴과 라이프니츠에 이르며 어떤 곡선이든지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미적분학의 경이로운 세계를 열었다.

뉴턴의 패러다임에 용기를 얻은 미적분학 연구자들은 이번엔 변화의 법칙을 찾아내는 일에 도전했다. 변화의 법칙들은 과학기술, 의학 분야 등에 활용되며 인류의 문명을 바꿔놓았다.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거나 GPS 장비로 길을 찾을 때 그 혜택을 누리고 있고, 인간 유전체를 밝혀내거나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도 미적분학으로 가능했다. 그러니 이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수포자' 운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충호 옮김. 해나무. 2만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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