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소암의 혼 깃든 '난이재심(難易在心)' 뜻 새기며
소암기념관 소장품 전시 '길 위의 묵취' 7월 29일부터
'길' 주제로 40여 점 선별… 고전 재해석 바탕한 서체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1. 07. 27(화) 17:00
소암의 '難易在心'(난이재심). 어렵고 쉬움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그를 스승이라 말하지 않는 제주의 서예가는 드물다. 각지에 소묵회를 두는 등 서단을 중심으로 도내외 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소암 현중화(1907~1997). 말년이던 74세 이후의 작업이 '완성기'로 분류되는 소암의 서예는 쉼없이 정진하던 그것이었다. 특히 이때의 소암은 '서방정토로 돌아가는 늙은이'란 뜻으로 자호한 '서귀소옹(西歸素翁)' 시절로 일상과 예술, 작품과 연습의 경계 없이 먹고 잠자는 일 외에는 오로지 붓글씨 쓰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서귀포 앞바다가 바라보이는 소암의 창작실 '조범산방'을 품은 채 지어진 소암기념관이 소장품으로 소암의 예술 세계를 또 한 번 조명한다. 이달 29일부터 9월 26일까지 이어지는 '길 위의 묵취(墨趣)'전이다.

소암은 수천 년에 걸친 서예고전의 재해석에 몰두했던 예술가였고 이를 바탕으로 제주 바다와 산, 하늘까지 필묵에 실었다. 소암의 글씨엔 제주 바람의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바람을 낳은 이 섬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글자가 말하는 바를 찬찬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서체로 표현하는 작업은 근래 우리 서예가 잊고 있는 모습이다.

소암기념관은 이번에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길 위에서 마주친 풍경, 여정의 끝에서 성취한 깨달음을 담은 작품 등 '길'을 주제로 읽을 수 있는 소암의 글씨를 꺼내놓는다. '마음을 새로이 먹거나 다짐'을 의미하는 '一轉'(일전), '어렵고 쉬움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로 풀이되는 '難易在心'(난이재심), 이백이 가을밤의 서정을 읊은 '峨眉山月歌'(아미산월가) 등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터넷 사전 예약으로 운영된다. 다만 관람객 수에 따라 현장 입장도 가능하지만 5인 이상 단체관람은 할 수 없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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