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통일, 극적 한순간 아닌 점진적 성숙의 축적
염무웅 산문집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1. 07. 16(금) 00:00
독일 통일 다룬 저작 칼럼 등
억지 낙원 건설 위험성 경고

세계 분단 국가들 가운데 베트남과 독일은 통일을 이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둘로 갈라져 있다. 분단상태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던 객관적 조건이 있을 것이고, 주체적 역량이 모자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통일까지는 요원하더라도, 적어도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의 경험을 오랜 기간 축적하고 우리 모두의 정성을 보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현재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으로 있는 염무웅 문학평론가가 팔순 기념으로 펴낸 산문집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에서 그 같은 고민을 나누고 있다. 냉전, 분단, 통일, 북한 등을 연구한 국내외 저작들에 대한 칼럼을 중심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간절한 마음과 깊은 사색을 담은 글들이 묶였다.

그 중 표제가 등장하는 '독일 통일의 경험이 가르쳐주는 것'에 소개된 '변화를 통한 접근'은 우리의 통일운동이 가져야 할 철학적 깊이에 대해 심각하게 성찰하게 만든다고 했다.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는 독일의 저명한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이 한국 인터뷰어에게 했던 말에서 따왔다. 비어만은 극단적 냉전의 시대에 동독과 서독 양쪽을 모두 살아온 인물이다. 그래서 "한반도분단 76년의 엄혹한 지뢰밭을 숨죽이며 걸어온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부럽다고 할 만한 것"이지만 비어만은 우리에게 경고성 발언을 던진다. "우리 독일인들도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당신들이 겪을 일에 비하면 그건 아주 값싼 대가로 여겨질 것"이라며 "지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옥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이제 나의 희망"이라고 했다. 사회적·정치적 이상이 남김없이 실현될 낙원을 억지로 건설하려는 것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비어만의 말은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며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한다.

산문집의 마지막 글은 '분단시대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저자는 "통일은 남북 각 사회의 질적 발전을 통한 더 높은 차원에서의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평화와 민주주의, 민족적 자주와 사회적 평등이 한반도 전역에 걸쳐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진정으로 바람직한 상황을 통일이라고 할 때, 그것은 어떤 극적인 한순간의 감격이라기보다 일상적 실천과 자기희생을 동반한 점진적 성숙의 현실적 축적일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창비.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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