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을 가다]
입력 : 2008. 01. 22(화) 00:00
용암하도 따라 각종 자원 확인
▲계곡 일대는 지질학적으로 오름분출과 관련된 함몰지가 매우 특징적이다. 함몰지안은 매우 습하고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여서 난·온대성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분지형 '함몰구' 수십군데 연속적 집중 분포

식나무 등 희귀자원식물 대규모로 집단 자생

갱도진지·숯가마터 등 역사문화자원도 산재

종합 학술조사 가치발굴 보전·활용대책 필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물결치는 듯한 능선 아래 분화구 내에는 희귀 난·온대식물과 일제가 구축한 주둔지와 갱도진지, 4·3유적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산세로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거문오름은 2005년 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데 이어 2007년 6월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한라일보 탐사팀은 지난 19일 한라산등산학교와 한라산연구소, 제주지질연구소와 합동조사를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았다. 앞서 본보 한라대맥 탐사팀은 이 곳이 천연기념물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훨씬 이전인 2003년 1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전문가 합동으로 집중 조사, 이 곳의 가치를 대대적으로 조명한 바 있다. 따라서 앙코르 탐사 성격의 이번 합동조사는 특별한 감회를 갖게 했다.

이번 합동조사는 거문오름 분화구 내 화산분출 센터인 알오름에서 시작해 화구가 터진 북동방향 용암하도를 따라 벵뒤굴이 있는 웃밤오름까지 약 10km에 걸쳐 재개됐다.

분화구 안 알오름 주변은 한겨울인데도 빼곡히 들어찬 난·온대 식물로 접근이 쉽지 않다. 알오름을 한 바퀴 돌면 태평양전쟁당시 일본군 108여단이 주둔했던 갱도진지와 막사를 쳤던 자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동부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식나무
외풍이 센 능선과는 달리 분화구 안은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희귀 난대 상록수인 식나무와 붓순나무의 초록색은 흰눈 속에 푸르름이 더하고, 식나무의 빨간 열매는 최고의 볼거리다. 조사 결과, 식나무는 거문오름 용암하도와 함몰지를 따라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음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 규모를 짐작키 어려울 정도여서 한국 최대의 식나무 군락지로 추정된다. 식나무는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 음지식물로 아파트나 주택의 실내 관상용, 공기 정화용 식물로서 자원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이다.

계곡 일대는 지질학적으로 오름분출과 연관된 함몰지가 매우 특징적이다. 거대한 오름분화구를 따라 수직동굴, 용암하도, 함몰지가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작은 산굼부리를 떠올리게 하는 함몰지는 용암하도를 따라 5km 구간을 탐사하는 동안 끊이지 않고 연속적으로 수십군데에 분포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원형, 타원형 형태의 함몰지는 깊이 20~30m, 장축의 길이가 길게는 50m쯤 된다.

함몰지 안은 매우 습하고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여서 난·온대성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또 계곡주변 능선에도 숯을 생산했던 가마터가 거의 원형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곳에 가마터가 있었음은 이 일대의 산림자원이 그만큼 풍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앙코르 탐사는 이 일대의 식물자원, 화산지형과 역사 문화유적에 대한 종합적인 학술조사와 더불어 역사·문화유적 등에 대한 보존대책이 시급함을 뼈져리게 깨닫게 했다.

/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전문가리포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대한 재해석

▲강순석박사
2007년 6월 세계자연유산 지구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지금부터 약 30만~10만년전이라고 하는 약 20만년 동안에 걸쳐 거문오름에서 용암을 분출하여 뱅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굴 및 당처물 동굴을 형성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거문오름을 포함한 제주도 중산간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작은 화산체들, 즉 오름들은 화산지질학적으로 보면 아주 짧은 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말하면 제주도의 오름들은 한라산 산록에서 짧게는 수십년이거나 길어도 수천년 이내에 하나의 화산체가 만들어져 버리는 것이 통상적이다. 거문오름이라고 하는 하나의 분석구가 20만년 동안이나 화산활동을 계속하며 용암을 유출시켰다는 것은 분석구의 형성 이론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거문오름과 이웃한 체오름에서도 오름의 화구로부터 다량의 용암을 유출한 흔적이 큰 계곡의 형태로 남아 있다. 분석구인 거문오름의 특징은 화구로부터 화산쇄설물인 분석(송이) 뿐만이 아니라 다량의 용암을 유출시켰다는 것이며, 그 용암이 흐른 흔적이 분화구 앞으로 길게 남아 있어 화산 원지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

거문오름은 화구로부터 용암 유출로 인해 화구가 북동쪽으로 터져 말굽형 분화구를 보여주고 있으며, 용암이 연속적으로 흐른 '용암 하도(lava channel)'는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약 5km 정도의 연장을 지표면에서 추적할 수 있다. '용암 하도'는 웃밤오름 동편을 거쳐 알밤오름과 북오름 사이를 관통하고 있다. 용암 계곡 상에는 용암류의 하부에서 연속적인 용암의 흐름에 따라 상부 용암층이 붕괴되어 만들어진 함몰지들이 잇따라 확인된다. 이 함몰지 사면에 선흘 수직동굴의 입구가 위치하고 있다.

현장조사에 의하면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유출된 용암은 지형 경사를 따라 북쪽으로 흐르면서 매우 큰 규모의 용암 하도를 남기고 있으며, 웃밤오름과 알밤오름 주변에서 길이 4,481m의 복잡한 미로형 용암동굴인 벵뒤굴을 형성시킨 것으로 보인다. 벵뒤굴은 용암류의 흐름 방향에 따라 매우 복잡한 동굴 구조를 보이며, 아주 낮은 동굴 천정 때문에 곳곳에서 동굴 지붕이 붕괴되거나 함몰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거문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가 벵뒤굴 주변에서 지표면으로 흘러 나와 용암동굴의 형성을 종료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벵뒤굴 하류의 해안선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만장굴을 포함한 일련의 용암동굴들은 거문오름이 분출하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서 거문오름의 화산활동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순석박사·제주지질연구소장>



[전문가리포트] 난 · 온대식물 공존

▲고정군박사
거문오름일대는 지질·지형적 특성으로 독특한 생태적 위치를 지니면서 난·온대식물이 공존하는 식생구조를 갖는 곳이다. 특히, 겨울철에도 푸름을 유지하는 상록성 식생이 발달되었는데, 숲의 교목층에는 구실잣밤나무,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자라며 관목층에는 식나무, 붓순나무, 동백나무 등이 주요 상록수종을 이룬다. 더욱이 식나무나 붓순나무는 희귀식물로서 자생지 규모나 학술적 가치 등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하층식생은 수많은 함몰지역을 중심으로 가지고비고사리, 일엽고사리, 쇠고비 등 다양한 상록성 양치식물이 자란다.

비록 현재의 숲이 인간의 벌채, 화입 등의 영향을 받은 이차림의 형태로서 숲의 연령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분화구 등에 분포된 수령 100년 이상 되는 상당수의 상록 고령목이 과거에 벌채된 후 맹아지(萌芽枝)에서 발생된 것으로 보아 과거 이들 지역의 숲이 얼마나 울창하였는지를 연상케 한다. 어쩌면 상록 교목으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이 연중 유지되었기에 거문오름이라 불렸는지도 모른다.

한편 오름사면에는 삼나무 등의 조림에 의해 숲을 형성하고 있으나, 간벌 등의 숲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단일식생을 이루면서 생태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쉬움을 준다. 이들 조림지는 적절한 관리를 통해 생물종의 다양성과 함께 조림수종의 생장을 향상시켜 숲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군박사·한라산연구소·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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