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현의 한라칼럼] 세계가 찾는 제주, 랜드마크는 제주다움에서 시작한다
입력 : 2026. 11. 03(화) 01:00
고용현 hl@ihalla.com
가가
[한라일보] 제주는 이미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품은 섬이다. 한라산과 오름, 바다와 현무암, 돌담과 초가마을은 다른 도시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제주의 자산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도시건축을 통해 세계인이 제주를 기억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축이 도시의 쇠퇴를 극복하고 문화관광의 가능성을 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는 건축물과 수변공간, 문화·상업시설을 연결해 도시의 상징을 만들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도 항구 풍경과 어우러진 형태로 도시의 정체성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화려한 건축물을 세운 데 있지 않다. 건축을 도시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공공공간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랜드마크는 건축물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변 도시와 조화를 이루고 시민의 일상에 스며들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더할 때 비로소 도시의 자산이 된다. 그렇다면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제주의 최고층 건물 드림타워가 제주의 상징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제주에는 어떤 랜드마크가 필요할까. 답은 제주가 보유한 역사문화 공간과 자연경관에 있다. 성읍민속마을이 대표적이다. 현무암 돌담과 초가, 좁은 골목, 전통적인 마을의 공간구조에는 제주의 기후와 바람에 적응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경관을 형성한다. 섭지코지는 자연공간과 건축의 조화를 보여준다. 자연을 압도하는 건축보다 자연을 경험하도록 돕는 건축이 더 큰 매력을 만들 수 있다. 서귀포의 본태박물관도 주목할 만하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노출콘크리트와 물, 빛, 중정 등을 활용해 주변 환경과 건축의 관계를 탐구한다. 제주다운 건축은 외관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 속에서 새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제주시 원도심의 제주목관아 역시 중요한 자산이다. 역사문화유산을 골목과 상업공간, 시장 등 일상과 연결한다면 원도심은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이유로 초고층 건축물이나 대규모 개발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제주의 경쟁력은 자연과 문화의 고유성에 있다. 건축의 규모와 높이, 재료와 배치를 환경과 조화시키고 장애인과 노약자를 포함한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개별 건축사업의 인허가를 넘어 도시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도시는 건축으로 기억되지만 그 건축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도시가 지켜온 고유한 가치에 있다. 제주의 랜드마크는 유명 건축물을 닮는 데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제주만의 자연과 문화, 삶의 방식을 현대적 건축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제주다움을 지키면서 미래의 도시와 건축을 설계하는 길이다. <고용현 도시설계학회 정책협력위원장(도시공학박사)>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15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한라칼럼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