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훈의 한라시론] 죄와 벌
입력 : 2025. 08. 07(목) 03:3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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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소설 '죄와 벌'(1867)은 도스토옙스키가 인간의 도덕성과 죄의식, 구원이라는 주제를 날카롭게 파고든 명작이다. 살인죄를 저지른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심리 묘사와 내면 독백은 15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읽어봐도 놀랍다.
이 소설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위대한 인물은 도덕과 법을 초월할 수 있다'라는 초인사상의 신봉자다. 그는 자신을 그런 예외적 인간이라 생각하고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살해한다. 이를테면 이런 생각이었다. "나폴레옹은 수많은 사람을 죽였어도 영웅이 됐는데, 나는 왜 안 되는가?"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처럼 '위대한 인간'이 아님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진정한 '죄'는 바로 타인의 생명을 도구화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도구화'란 다른 사람의 삶이나 존재를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 또는 신념을 위해 타인을 수단으로 삼는 비인간적인 태도를 말한다.
한편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죄를 지은 인간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벌을 받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벌'이란 법에 따른 처벌만이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이 소설에서 도스토옙스키는 형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의 양심과 정신적인 고통임을 보여준다. 라스콜니코프는 육신의 병과 정신적 혼란은 물론, 고립감과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는 결국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자수를 선택한다. 이는 죄로부터의 구원은 외부의 처벌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회개에서 비롯됨을 알려 주고 있다. 살인을 자백하고 시베리아 유형을 기꺼이 받아들인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죄의식을 극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아의 붕괴를 딛고 일어나 부활의 힘을 얻는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 부부에 대한 특검 수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그들 부부가 재판정과 수사 과정에서 보이는 행태를 지켜보면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 같지 않다. 외려 그들이 심어 놓은 내란세력과 아스팔트 지지자들을 이용해 다시 판을 뒤엎을 수 있다는 미련이 마음 한구석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들은 도마 위에 놓인 물고기 신세다.
그런데도 전직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대처하는 모양새는 너무 품위가 없다. 구질구질하며 쪼잔해서 하는 말이다. 그동안 걸핏하면 법꾸라지 모습을 보여주던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 윤석열은 급기야 '속옷저항'을 하기에 이르렀다.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반항하며 속옷만 입은 채 구치소 감방에 드러누운 것이다. 이런 꼴불견은 외신을 타고 세계로 전파됐다. 어느 시사 유튜브 자막에서 보았던 글귀가 떠오른다. '저렇게 하잘것없는 자를 대통령으로 불러야 했던 비극.'
윤석열 부부의 법을 농락하는 행각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사마천은 '태사공자서'에서 '모든 것은 한순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조짐 끝에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죄의식 없이 살아온 자들이다. 회개할 무엇이나 있겠는가.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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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죄를 지은 인간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벌을 받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벌'이란 법에 따른 처벌만이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이 소설에서 도스토옙스키는 형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의 양심과 정신적인 고통임을 보여준다. 라스콜니코프는 육신의 병과 정신적 혼란은 물론, 고립감과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는 결국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자수를 선택한다. 이는 죄로부터의 구원은 외부의 처벌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회개에서 비롯됨을 알려 주고 있다. 살인을 자백하고 시베리아 유형을 기꺼이 받아들인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죄의식을 극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아의 붕괴를 딛고 일어나 부활의 힘을 얻는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 부부에 대한 특검 수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그들 부부가 재판정과 수사 과정에서 보이는 행태를 지켜보면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 같지 않다. 외려 그들이 심어 놓은 내란세력과 아스팔트 지지자들을 이용해 다시 판을 뒤엎을 수 있다는 미련이 마음 한구석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들은 도마 위에 놓인 물고기 신세다.
그런데도 전직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대처하는 모양새는 너무 품위가 없다. 구질구질하며 쪼잔해서 하는 말이다. 그동안 걸핏하면 법꾸라지 모습을 보여주던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 윤석열은 급기야 '속옷저항'을 하기에 이르렀다.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반항하며 속옷만 입은 채 구치소 감방에 드러누운 것이다. 이런 꼴불견은 외신을 타고 세계로 전파됐다. 어느 시사 유튜브 자막에서 보았던 글귀가 떠오른다. '저렇게 하잘것없는 자를 대통령으로 불러야 했던 비극.'
윤석열 부부의 법을 농락하는 행각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사마천은 '태사공자서'에서 '모든 것은 한순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조짐 끝에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죄의식 없이 살아온 자들이다. 회개할 무엇이나 있겠는가.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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