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72)저녁에 꾸는 메타시-김향지
입력 : 2024. 06. 18(화) 00:00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저녁에 꾸는 메타시-김향지




[한라일보] 희미하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로

감각들을 재워줄 이불이 마를 수 있다면요



아직까지 어디서 끝나는지

알고 있는 길이 하나도 없다면요



빗다가 진흙 위에 모두 떨어진

나의 마음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풀 먹인 바지처럼 저녁의 발치에 가지런히 누운 것

부르고 잠시 잊고 싶은 것



갑자기 어느 몸속으로 스며들기 전에요

삽화=배수연


시는 모든 이야기를 끝 행이 받고 그리고 '몸'이 받는다. 그의 언어가 우리를 찾아올 때 하나는 감각 세계이며, 다른 하나는 어디서 끝나는지 모르는 현실 세계이다. 진흙 위에 떨어진 마음에 흔한 꽃 하나 없이 그는 저녁을 맞는다. "아직까지"에 들러붙는 삶이 보이고 끝 모를 내일의 시간이 떠오를 때 "부르고 잠시 잊고 싶은" 흔적들만이 그의 자취를 조심스레 끌고 있다. 여정은 아주 조금의 시간이 남은 것으로서 끝나지 않으며, 자기 창작에 대해 건네고 싶은 말들 또한 바닥에 떨어져 있으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로 감각들을 재워줄 이불"은 쉽게 마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되었든 일단 몸속으로 들어오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방울 하나라도 몸으로 실감하면 헤매야 하고, 자신도 마음의 정체를 밝혀야 하는 그 길은 파문이 크다. 그러니까 희미하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로 하는 말이고, 누군가, 생 하나가 어디서 끝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을 대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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