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Ⅱ] (3)'빌레용암지대' 성산읍
입력 : 2023. 06. 05(월) 00:00수정 : 2023. 06. 06(화) 14:30
고대로 이태윤 기자 hl@ihalla.com
기저지하수 지역 분포… 숨골 매립 시 해수 침입 가속 우려
온평·수산리 화산가스 분출시 형성된 '분기공' 형태 곳곳 발견
난산· 수산리엔 빗물 침투가 빠른 클링커층의 인공 숨골 조성
제2공항 부지 내 지하 클링커층 존재 시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

[한라일보]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은 제주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다우지역이다.

기상청 기후통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성산포 강수량은 1555㎜로 도내 최고를 기록했다. 고산 1257㎜, 제주시 1075㎜를 보였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농경지 주변에 빗물이 땅속으로 빠질 수 있는 인공 숨골을 조성해 농경지 침수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숨골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는 빗물 등 지표수는 해수위에 담수가 부존하는 성산읍 기저지하수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숨골 매립으로 유입 지표수가 줄어들 경우 결국 이 균형이 무너져 육상으로 해수 침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리 농지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분기공' 형태의 숨골(①)
①번 숨골의 내부 모습.
▷도내 303개 숨골 가운데 22개 분포

=성산읍 지역에는 제주도 절대·상대 보전지역 303개 숨골 가운데 22개(절대보전지역 3개·지하수 1등급 19개) 숨골이 분포하고 있다.

이곳의 함몰형 대형 숨골은 성산읍 중산간 마을인 난산리와 수산리에 집중돼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부지에 가장 많이 편입되는 해안마을인 온평리에는 대형 숨골보다 '분기공' 형태의 숨골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 이유는 해안을 끼고 있는 온평리는 비탈진 경사가 많은 난산리와 수산리에 비해 평지가 대부분의 지역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기공'은 화산의 화구 또는 화산가스가 분출된 구멍을 말한다.

성산읍은 빌레 용암지대로 파호이호이 용암으로 형성돼 있다. 파호이호이 용암류는 점성이 작아 유동성이 크며, 용암류의 표면이 평평하고 매끄러우며, 새끼줄처럼 주름진 모양으로 굳는다.

수산리 인공 숨골로 빗물이 들어가는 배수로의 모습(②)
②번 배수로의 빗물이 들어가는 대형 인공숨골의 내부 모습.
빌레용암지대는 기본적으로 빗물 등 지표수가 지하로 빠지기 어려운 지형이다. 이 때문에 빗물 등 지표수는 빌레용암지대 클링커층으로 돼 있는 숨골을 지하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클링커층은 제주와 같은 화산지대에 분포하는 독특한 지층구조로 용암이 분출하여 고결되는 과정에서 생긴 클링커가 암반층 하부에 퇴적된 층을 말한다.

클링커는 용암이 흐르면서 표면이 굳고, 굳은 표면이 깨져 형성된 크고 작은 알갱이를 의미한다. 클링커층은 용암 가스의 분출 과정에서 동반되는 다량이 공극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지층 내 존재할 시 지반의 전체적인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제2공항 건설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연유에 기인한다.

지난 5월 27·28일 이틀 동안 특별취재팀이 확인한 수산리 숨골 대부분은 클링커층으로 돼 있었다.

수산리 '뒷굽으니오름' 정상에서 '우건에오름' 방면으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형 숨골.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파놓은 인공 숨골로 추정됐으며, 지형이 높은 곳에서 숨골까지 약 70m 길이의 배수로가 형성돼 있었고 이 배수로를 따라 빗물이 숨골로 유입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 숨골에서 '수산한못' 방면으로 약 250m 떨어진 곳에도 클링커층으로 이뤄진 대형 인공 숨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숨골 내부는 흑색 화산회토(토색에 따른 분류)와 작은 돌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흑색 화산회토는 단위 면적당 토양이 적고 투수 속도가 빨라 많은 지하수를 함양할 수 있다.

온평리 강다리 버스정류소 인근 농지에 있는 숨골 모습(③).
③번 숨골의 내부 모습.
수산리 '한라유통저온저장고'에서 종달리 방면으로 약 300m 떨어진 농지에는 '분기공' 형태의 숨골이 있었다.

가로 2m, 세로 2m 크기의 분기공 형태의 숨골안에는 크고 작은 암석이 가득 채워져 있으며, 암석 틈으로 빗물이 유입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숨골은 주변 지역보다 낮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집중호우 시 빗물이 이곳으로 집중 유입될 것으로 추정됐다. 농지 가장자리엔 침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든 배수로가 길게 형성돼 있었다.

수산리 서성일로 중간 지점 있는 한 농경지에도 '분기공' 형태의 숨골이 발견됐다. 숨골을 덮고 있는 돌을 들어내자 깊숙한 구멍이 드러났다.

온평리 강다리 버스정류소 인근 도로 옆 한 농지 구석에도 '분기공' 형태의 숨골이 있었다. 가로, 세로 1m 크기의 숨골 안에는 빗물이 유입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난산리 이어도승마장에서 '궁대오름' 방향으로 약 300m 떨어진 임야에는 대형 숨골이 자리 잡고 있다. 숨골의 절반 이상이 바위로 매립돼 있었다. 숨골 매립으로 숨골을 통해 유입되는 지표수량이 감소할 경우 지하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숨골 절반이 매립돼 있는 난산리 이어도승마장 인근 임야에 있는 한 대형 숨골.
수산리 임야에 있는 클링커층의 대형 인공 숨골.
▷숨골 매립 시 해수 침투 가속

=성산읍 지역은 '기저 지하수' 분포 지역이다. 기저지하수는 해수와 담수의 밀도 차이에 의해 해수위에 부존하는 형태의 지하수로 제주동부해안을 따라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해수가 육상 8km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는 곳이다. 지하수를 많이 뽑아 쓰거나 지표수 유입이 감소할 경우 지하수 수위가 하강하게 되며, 지하수위가 하강할수록 해수의 수위는 상승해 염수 침입이 발생할 수 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수산· 난산· 온평리는 기본적으로 빌레용암지대로 지표수가 지하로 빠지기 어려운 지형이다. 결국 지표수는 클링커층을 통해 지하로 연결되고 이 지하에는 동굴 등이 있을 가능성 높다. 평탄한 빌레용암류에서도 분기공과 같은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작은 구멍, 결국은 용암이 부서진 곳을 통해 빗물이 지하로 배수되고 있고 이런 작은 숨골들이 온평리 밭마다 있을 가능성 크다. 이것이 성산읍의 지역적 특이성"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고대로 정치부국장·이태윤 정치부차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44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