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2)셔?(오승철)
입력 : 2023. 03. 28(화) 00:00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안 나면 사람이랴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

삽화=써머


제주어 "안에 계셔?"의 단축형인 '셔?'는 마치 수공예 장인의 기예처럼 안 들리는 말을 들리는 말 쪽으로 끌어당긴다. 본질적인 것은 어딘가 이질적인 것을, 이질적인 것 또한 어딘가 본질적인 것을 가지기 마련이다. 시인은 본질적이며 이질적인 제주어의 형태와 말맛에 어우러지는 어느 틈새에 감쪽같이, 제 말을 바둑돌처럼 놓는다.

동네 장다리꽃 담장에서 까치무릇 핀 오름 앞까지 한걸음이라는 듯, 스치는 짧은 인연으로 무덤 한 채 있고, 솥뚜껑 여닫는 사이 달달하고 빤한 사랑이 들끓다 지면 산 자의 말은 이내 담백하고 깊어진다. 그때 본말은 생략되고 존칭 보조어간 하나의 볼륨만 싹~ 올라가는 그 말 '셔?'. 모든 말이 잔잔해질 때까지 제 안에 들이며 당도한 그믐달이 우리에게 묻는 말 또한 '셔?'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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