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제목으로 들통난 정치적 의도
입력 : 2023. 03. 09(목) 00:00수정 : 2023. 03. 09(목) 00:33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기사 제목은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가장 중요한 사실이나 기자가 가장 주장하고 싶은 것을 담아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선택적 뉴스 소비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언론 환경에서 제목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독자는 제목을 보고 기사의 의도를 미리 알아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보도자료도 마찬가지다.

보도자료 홍수 속에서 기자들은 자료에 달린 제목을 보고 기사로서의 가치를 미리 짐작한다.

한동안 태영호 국회의원의 4·3 발언이 제주사회를 달궜다. 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며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유가족과 희생자에게 용서를 빈다"고 했다.

유족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유족들은 김일성 지시설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고 색깔론을 부추긴다며 다시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태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유족들이 사과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줬는데도 뜻을 굽히기 싫다는건 애초부터 용서를 구할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태 의원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태 의원은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주장에 대해선 "부디 순수하게 받아달라"며 "용서 구한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이야말로 4·3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또한 어처구니없다. 태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은 '4·3 사건,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이었다.

제목에서 이미 그는 목적 의식을 선명히 드러냈다. 하물며 이 세상에 정치적 의도가 없는 정치인의 주장도 있단 말인가.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이상민 행정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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