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의 목요담론]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김채현 수습기자 hakch@ihalla.com입력 : 2022. 05. 26(목) 00:00
얼마 전 큰애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첫날 아이는 고열에 시달려 먹지도 않고 잠만 잤다. 다음 날 열이 내리니 아이는 활기를 되찾고 심심하다고 떼를 썼다. 안쓰러워 태블릿을 줬는데 일주일간 밤낮 가리지 않고 동영상과 만화를 본다. 아이가 동영상에 중독돼 책을 읽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어릴 때 책을 통해 꿈꾸었던 것들을 이 아이는 누릴 수 있을까. 초등학생 때 '셜록 홈즈'를 읽고 탐정의 꿈을 꾸고 중학생 때 '대지'를 읽고 왕룽 일가를 통해 인간사를 이해하고, 고등학생 때 '테스'를 읽으며 처음으로 밤을 새운 일, 대학생 때 '해변의 카프카'를 읽으며 나도 이런 고무라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상상을 말이다.

'코로나 키즈가 온다'의 저자 유종민은 '코로나 키즈'를 남녀노소, 직업, 신분에 상관없이 현재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정의한다. 코로나19가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키즈'라고 명명했는데 성인은 코로나19로 일시적인 생활양식의 변화만 겪지만, 아동과 청소년은 가치관과 정서의 변화까지 온다고 한다. 저자는 코로나19 이후 가상기술발달, 언택트, 비대면의 확산으로 외출이 줄고 가정에서 즐기는 취미생활이 늘어날 것이며 대표적인 여가 활동은 게임과 가상기술을 활용한 SNS라고 했다.

어른 세대 때 여가와 취미는 사치였다. 나의 아버지는 일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셨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의 저자 김정운은 한국인은 근면 성실을 중시하며 행복하면 죄지은 것 같고 즐거우면 불안해했다고 한다. 저자는 노동 시간 감소와 여가 증가에 따라 '놀면 불안해지는 병','생산적 여가문화의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주어진 삶을 견디며 사는 게 아닌, 내가 행복해하고 재미있어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취미는 일상의 퍼즐 속에 끼워 맞춰진 우리를 잠시라도 퍼즐 밖으로 꺼내어 있는 그대로 우리 자신을 보고 순수한 재미와 몰입(flow)을 경험하게 한다. 취미가 거창하다면 아침에 근처 뒷산을 오르거나, 저녁 식사 후 동네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등 운동을 하거나, 일요일 오후 아이들과 댄스 타임, 베란다에서 힐링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한잔을 하는 것처럼 일상의 사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코로나19가 소강상태가 되는 이 시점에 음지에서 게임과 동영상을 보던 코로나 키즈가 기지개를 켜고 양지로 나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푹 빠져 오월의 연둣빛 신록처럼 쑥쑥 자랐으면 좋겠다. 시간은 소중하며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시간을 좀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만이 외롭고 긴 인생의 주체가 되고 우리 사회에 밝은 미래를 안겨줄 것이다. 아이들이 좋은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 좋은 취미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어른의 역할이며 우리의 미래다. <주현정 제주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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