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왕벚나무 한국 고유종 아니다? 국립수목원 발표 허위"
'왕벚나무 전문가'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6일 기자회견
국립수목원 2018년 발표자료 검토해 "사실과 달라" 정면 반박
"일본, 왕벚나무 자생지 없고 '인위 잡종' 전제 근거 없어" 지적
학계 내부서도 "왕벚나무 종 둘로 나눠 논란 키워" 우려 목소리
국립수목원 "학문적 주장이 각각 다를 뿐… 연구방법 문제 없어"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입력 : 2022. 04. 06(수) 12:02
한라산 관음사지구 왕벚나무. 한라일보 DB
국가 연구기관인 국립수목원이 제주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가 우리나라 고유종이 아니라고 발표하면서 왕벚나무의 생물주권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는 6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왕벚나무가 우리나라 고유종이 아니라고 한 국립수목원의 발표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국립수목원은 일본 왕벚나무와 제주 왕벚나무가 기원은 물론 종이 다르다고 발표했다"며 "왕벚나무가 일본산이라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해, 결과적으로 왕벚나무 생물주권을 일본에 무상 양도한 셈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을 지낸 김 소장은 왕벚나무 전문가로 손꼽힌다.

▶국립수목원 발표, 어떤 내용 담았나=문제가 되는 것은 국립수목원이 2018년 발표한 자료다. 국립수목원은 같은 해 9월 '세계 최초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이라는 보도자료와 함께 연구결과를 내놨다. 제주에 있는 주요 왕벚나무 기념목 5개체와 일본·미국에서 수집한 왕벚나무 4개체 등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서로 뚜렷이 구분되는 '다른 식물'이라는 게 핵심이다.

국립수목원은 당시 제주 왕벚나무는 제주에 자생하는 올벚나무를 모계,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를 부계로 하는 자연 잡종 1세대(F1)로 확인됐으며 일본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 오오시마 벚나무를 부계로 형성된 인위 잡종으로 알려졌다는 설명도 달았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제주 자생 왕벚나무 5개채 중 1개체가 유전적으로 일본 도쿄에 심어져 있는 개체와 같은 그룹을 형성했다는 내용도 연구 결과에 포함됐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6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왕벚나무가 우리나라 고유종이 아니라고 한 국립수목원의 발표는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국립수목원 발표, 사실 왜곡에 오류도"= 김 소장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물이 유래한 원산지가 어디인지 규정할 때는 그 자생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일본에는 왕벚나무 자생지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또 "국립수목원은 일본 왕벚나무를 '일본에서 인위 교잡으로 만든 잡종'이라고 전제한다"며 "왕벚나무는 잡종으로 추정되지만 언제, 누가, 어떻게 교잡했는지 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는 단지 왕벚나무가 일본 원산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국립수목원이 해당 연구에서 기준목으로 삼은 개체가 부적합하고 극히 일부에 불과한 문제도 지적됐다.

김 소장은 "국립수목원은 일본 왕벚나무의 기준목으로 고이시카와식물원에서 제공한 시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면서 "확인 결과 이 나무는 식물원 내에 열맞춰 심은 여러 나무 중 하나로 나무의 나이와 기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나무임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까지 한라산에서 발견된 자생 왕벚나무 235그루 중 단 5그루를 분석하고 이 중 4그루는 '제주 왕벚나무', 나머지 한 그루는 '일본 왕벚나무'라고 지칭했다"며 "단 2.1%를 분석한 결과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일반화한 것도 명백한 오류"라고 강조했다.

▶"왕벚나무 종 나눠 논란 키워" 우려도=김 소장의 주장과 같이 학계 내부에서는 국가연구기관이 왕벚나무를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라는 두 개의 종으로 나눠 또 다른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문명옥 박사는 "흔히 가로수로 심어진 왕벚나무를 '일본 왕벚나무'라고 하는데 이와 형질이 똑같은 왕벚나무 개체가 제주 한라산 관음사에 존재한다"며 "이 나무의 경우 단순 추정 수령이 170년쯤이다. 제주에 왕벚나무가 처음 심어진 1935년보다 80년 앞선 때여서 누가 인위적으로 심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최근 민간, 학술계, 관공서 등이 참여해 왕벚나무 가로수는 일본 것이니 이를 베어내 우리 것으로 심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며 "경제적으로 봐도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국립수목원 "학문적 주장 달라… 생물주권 확보 노력"=이같은 지적에 국립수목원은 "학문적 주장이 다른 것이지, 연구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왕벚나무 일부 개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왕벚나무 전체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인정했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좀 더 많은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분석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목원은 이날 김 소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 입장을 설명했다. 국립수목원은 이 자료에서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제주왕벚나무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해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보호 중에 있다"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생식물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 국가 생물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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