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역사의 흔적 따라, 제주와 조금 더 가깝게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입력 : 2020. 05. 01(금) 00:00
서귀포 건축문화기행은 전쟁과 근대건축, 추사따라 가는길, 녹차밭 기행, 이중섭과 예술가의 길, 한국 건축거장, 21세기 현대건축, 서귀포 영화촬영지, 목축과 건축, 제주 민속탐방 등 10개 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서귀포시 제공
전쟁과 근대건축·추사·녹차밭·이중섭 등
다양한 소재로 현재 10개 코스 개발·운영
과거·현대 건축물 감상하는 특별한 시간



작고 나즈막하다. 몇명이나 예배를 드렸을까 싶다. 외양과는 달리 검은 화강암과 하얀색의 창틀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이색 풍경을 연출한다. 엽서에서 보았던 중세시대 교회 모습이다. 걸음을 멈춰 사진 한장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한 강병대교회. 작아도 건물이 담고 있는 얘기와 사연은 무수하다. 강병대교회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세워졌다. 전쟁터로 나가기에 앞서 훈련을 받던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당시 이 곳에는 많게는 7만명에 이르는 병력이 주둔했다고 한다. '강병대(强兵臺)'는 6·25전쟁 발발 이후 이곳에 새워졌던 육군 제1훈련소이다. 훈련병들은 이곳에서 3주간 훈련을 받았다. '강한 병사'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담금질 과정이었다.

제7대 훈련소장으로 부임한 장도영이 교회 건립을 주도했다. 군대 막사의 표준 규격을 적용한 덕에 좁은 외양과 뾰족한 탑이 생겨났다. 교회의 폭은 당시 훈련소 막사의 그 것과 똑같다. 예배당 595㎡, 교육관 51㎡ 등 전체 면적은 646㎡(195평) 규모이다. 뾰족 첨탑, 아치형 문과 창문, 스테인드글라스 등은 중세 고딕식 건축양식이다. 여기에 현무암 외벽으로 제주의 색채를 더했다.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외벽은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제주지역 군사유적지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됐다는 평가와 함께 지난 2002년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 38호로 지정됐다.

주변에도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다크투어 명소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태평양전쟁의 흔적이 가장 잘 남아 있다는 알뜨르비행장이 대표적이다. 1936년 1차 완공 시 약 20만평에 이를 정도로 넓다. 중일전쟁 당시 중국으로 향하던 전투·폭격기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5년에는 80만평으로 확장됐다. 비행기를 세워뒀던 남제주 비행기격납고와 지하벙커를 만날 수 있다. 해안가를 찾으면 작은 함정을 숨겨 뒀던 인공 동굴들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에는 유독 군사시설물이 많이 남아 있다.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건축물도 산재해 있다. 건축자원을 활용,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육성하려는 서귀포시의 노력이 더해지며 건축문화기행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서귀포 건축문화기행은 현재까지 10개 코스가 개발·운영되고 있다.

'전쟁과 근대건축'을 테마로 하는 제1코스는 ▷남제주비행기격납고 ▷구(옛) 대정사무소 ▷강병대교회 ▷제주 구 해병훈련시설 등을 포함한다. '추사따라 가는 길'을 테마로 하는 제2코스에는 ▷대정성지 ▷추사관 ▷대정향교 등이 포함돼 있다. '녹차밭 기행'의 제3코스를 찾으면 ▷오설록티뮤지엄 ▷티스톤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 ▷설록차연구소 등을 만날 수 있다.

제4코스 '이중섭과 예술가의 길'은 ▷이중섭미술관 ▷주거지 ▷자구리해안 등 코스와 ▷이중섭·기당·왈종미술관 ▷소암기념관 등 코스로 나뉘어 운영된다. '한국 건축거장' 테마의 제5코스에는 ▷구 제주대학농과대학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 ▷구 소라의 성 등 걸작 건축물을 둘러 볼 수 있다. '21세기 현대건축' 테마의 제6코스에는 ▷제주월드컵경기장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국제평화센터 등 유명 현대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서귀포 영화 촬영지' 테마의 제7코스에는 ▷신영영화박물관 ▷서연의 집 ▷신천리 벽화마을 등이 유명하다. '목축과 건축' 테마의 제8코스에는 ▷조랑말체험공원 ▷서재철 자연사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등이 포함돼 있다. '제주 민속탐방'의 9코스에는 ▷성읍민속마을 ▷제주민속촌 등이 포함돼 있다. '안도&이타미'를 테마로 하는 제10코스 가운데 ▶이타미 코스는 ▷방주교회 ▷포도호텔 ▷핀크스클럽하우스 ▷본태박불관을 포함한다. ▶안도 코스에는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하우스 ▷아고라 ▷벨라케라스 등 거장의 작품이 즐비하다.

제주의 건축은 타지역과 그 궤를 달리 한다. 거센 바람과 많은 비로 대표되는 제주의 자연 환경과 공존해 온 우리 선인들의 체험적 산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주와 조금 더 가깝게, 보다 특별하게 다가설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현영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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