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현재의 판결, 판결의 현재'
한국 사회가 주목할 판결 다시 읽기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19. 08. 30(금) 00:00
지난 1월 4·3수형인 공소 기각 판결이 나온 이후 재심 청구인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4·3생존수형자 재심 무죄 등
지난 5년간의 법원 판결 비평

그들만의 판결 공론 장으로


2019년 1월 17일, 제주지방법원 형사 2부는 '제주 4·3 군법회의'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사실상 무죄인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조차 없었지만 법원은 당시 군인들이 실질적인 사법권을 행사한 만큼 재판의 범위에 들어간다고 판단했다.

"나는 그동안 '내가 본 자료'와 '내가 들은 증언'에 대해 법정에서 성실히 증언했을 뿐이다. 판사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아, 형식적인 재판이 아니구나'라는 좋은 느낌을 받았다." 법정에 섰던 김종민 전 제주4·3위원회 전문위원의 말이다. 그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여겨지던 재심 사건이 끝내 무죄를 받은 '역사적 판결'을 두고 법조문에 얽매이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따른 결과라며 담당 변호사만이 아니라 제갈창 판사에게 경의를 표했다.

'현재의 판결, 판결의 현재'는 '제주4·3사건 생존 수형자 재심 무죄' 등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이루어진 주목할 판결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2005~2014년 판결비평에 이어 두 번째 내놓은 책으로 법률 전문가 층에 국한되는 판결 내용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냄으로써 법원 판결의 사회적 의미를 나누려는 시도로 묶였다.

사법감시센터가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판결은 낙태죄 위헌 결정(2019)에서 KTX 승무원 대법원 판결(2015)까지 30여 건이다.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이와 반대로 인권 수호 기관으로 법원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판결을 볼 수 있다. 사법감시센터는 유무죄 결과와 여론 동향에 머무르지 않고 2016년 11월 촛불 행진 금지통고 가처분 결정처럼 다른 역사를 가정해보는 방식 등으로 여러 필자를 참여시켜 판결 비평을 써내려갔다.

판사 출신의 이탄희 변호사는 주권자 누구든 판결문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판결 비평의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추천의 글'에서 "시민들마다 좋아하는 판결 하나, 좋아하는 판사 한 명쯤은 기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요직과 경력을 쫓기보다 좋은 판결 남기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판사들이 출현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북콤마. 1만45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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