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새 정부의 성평등 약속, 꼭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입력 : 2017. 05. 25(목) 00:00
고지영 hl@ihalla.com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약속을 내걸고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하였다. 세월호의 참사와 국정농단의 격랑 속에서 "이게 나라냐"며 가라앉았던 국민의 마음은 촛불로, 대통령 탄핵으로, 장미대선으로, 그리고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민주주의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경험하고 학습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시대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4대 비전 중 제1비전으로 제시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부정부패 없는, 공정한, 민주·인권강국 대한민국), 그 헌법적 기초와 약속이 견고히 지켜지기를 바란다.

또한 표면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성평등한 대한민국에 살고 싶은 국민으로서,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구체적 정책으로 이행되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여성신문과 범여성계 연대기구가 공동주최한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 간담회에서 "우리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임금, 유리천장, 경력단절, 여성혐오 같은 온갖 불평등과 마주해야 합니다"라고 성 불평등의 현실을 인정하였다.

성평등 실현에 대한 정책적 신념과 의지는 바로 성 불평등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성별임금격차가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이며, 성격차지수가 세계 140여 국가 중 최하위권인 우리 사회의 성 불평등 현실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위하여 실질적인 성평등사회 실현, 일·가족·생활의 균형, 성별임금격차 감소,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조성, 여성의 건강권 확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 등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구체적인 정책을 살펴보면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남녀 동수 내각 실현(30%에서 시작해서 임기 내 동수 달성) ▷임금공시제도, 블라인드 채용 강화 등을 통하여 성별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3%로 축소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제도' 개선 등을 통한 차별 없는 여성일자리 구현 ▷비정규직 OECD 수준으로 축소 ▷비정규직 근로자의 일·가족 양립 정책 개선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육아휴직 급여 인상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용 아동수 기준 40%) ▷유급 '가족돌봄휴직제도'(30일) 도입 ▷젠더폭력방지 국가행동 계획 수립과 이행 등의 정책을 제시하였다.

제시된 정책들은 성평등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하여 완전하거나 충분할 수는 없다. 예컨대 임금공시제도나 블라인드 채용이 남녀 임금 격차 해소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12대 약속 중의 하나로 천명한 문재인 정부가 적어도 이 약속들 만큼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실천한다면 5년 후 우리사회는 보다 성숙한 성평등사회로 진보하리라 믿는다.

성평등 대한민국을 위하여 지역사회에서도 구체적인 고민과 연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제주사회에서 임금, 비정규직 문제 등 차별 없는 여성일자리 구현을 위한 개선 과제 개발, 젠더폭력방지를 위한 실행 과제 발굴, 일·가족·생활의 균형을 위한 제도의 폭넓은 적용을 위한 실천과제 개발, 지역사회 내 체감도 높은 다양한 돌봄 서비스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하여 지자체, 기업, 시민사회, 연구기관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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