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세상]합법과 위법, 그 아슬아슬한 경계
‘원라인’·‘미스 슬로운’ 개봉
홍희선 기자 hahs@ihalla.com입력 : 2017. 03. 31(금) 00:00
대출사기 ‘작업대출’과 그 사기단을 소재로 다룬 ‘원라인’.
불법을 불법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합법과 위법의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드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는 간단한 서류조작을 통해 대출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원라인'의 불법 작업대출 일당 '장 과장'과 '민재'다. 후자는 승리를 위해 동료의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하는가 하면, 도청과 위치 추적 등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 '미스 슬로운'의 로비스트 '슬로운'이다.

▶원라인=평범한 대학생 '민재'(임시완)는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의 눈에 띄어 불법 작업대출계에 입문한다. 경찰(안세하) 수사가 시작되자 '장 과장'은 잠적하고, '민재'는 체력 담당(박종환), 정보 담당(김선영)과 온라인으로 대출업 사세를 벌려나간다. 그러나 결코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사기꾼들은 서서히 다른 속내를 드러내며 분열의 길을 걷는다. 구권이 신권으로 교체되기 직전인 2005년, 오프라인에서 성행하던 불법 작업대출(신용유의자 등 은행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의 직업, 신용등급 등을 조작해 은행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고객에게 수기 장부를 기반으로 작업대출 계획을 짜주는 '장 과장'의 아날로그식 수법과 달리, 청년 '민재'는 온라인 바이러스로 고객을 끌어들여 순식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시대 변화에 맞춰 변화하는 작업대출 세계 자체도 흥미롭지만 그 세계를 정밀하게 묘사하기 위해 5년 동안 취재했다는 양경모 감독의 끈기 또한 인정할만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절 특유의 분위기, 구권에서 신권으로 바뀌던 화폐개혁 흔적 역시 세밀하게 구현됐다. 131분. 15세 관람가.

‘미스 슬로운’.
▶미스 슬로운=악명 높은 여성 로비스트인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은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나서달라는 고객을 만난다. 슬로운은 예상을 깨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슬로운'은 한 번도 굴복한 적 없는 거대 권력에 맞선다. '미스 슬로운'은 승률 100% 로비스트가 거대 권력에 맞서 벌이는 영리한 로비 전쟁을 그린, 입으로 지키는 신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는 신념이 통쾌한 스릴러다. 냉혹한 승부사 '슬로운'으로 분한 제시카 차스테인은 서로 물고 뜯는 로비스트의 세계를 생생히 중계하며 강하게 '한방' 날린다. 영화는 촘촘한 구성과 빠른 전개로 잠깐의 곁눈질도 허용하지 않으며 흡인력 있게 관객을 빨아들인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팀플레이와 두뇌 싸움,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 어우러짐이 영화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지 않는 완벽한 능력과 냉철한 이성과 따듯한 감성을 동시에 지닌 '미스 슬로운'은 진정한 걸크러쉬의 진수를 보여준다. 132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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