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제주명예도민 르 클레지오님께
입력 : 2011. 06. 09(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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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리 구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Marie-Gustave Le Clezio)님, 2011년 6월 8일자로 제주특별자치도의 명예도민이 되신 걸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제주도민은 56만 여명입니다만, 세계 각지에 널리 퍼져 자리잡은 태생적 제주사람 말고도 그대처럼 후천적으로 제주도민이 되는 이가 심심찮게 있어 이를 아우르고는 '내외 제주도민 100만 명'이라고 마치 슬로건처럼 우리는 말하곤 합니다.
이제 그대가 제주도민이 되셨으니 진정 제주사람으로서의 삶이 시작됨을 의미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형태로든 제주섬살이를 함께할 운명 속으로 들어오셨으니 이 섬을 이전과는 또 다르게 깊이 그리고 넓게 보실 것 같습니다만.
'세계7대자연경관'에 도전할 만치 아름답다 못해 신비하기 이를 데 없는 섬 경치며 사람살이는 늘 이곳에 붙박아 사는 우리들에게도 경이롭답니다. 빗줄기조차도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을 뚫고서야 땅으로 지고, 눈은 내렸다하면 강풍을 타고 눈보라가 되어 섬을 덮칩니다.
이토록 척박한 환경에도 제주 사람들은 고래로 굶주리고 헐벗은 자 없이 서로 다독여 더불어 살아오고 있습니다.
모질고도 척박함 속에 의연히 아름다움을 갖춘 섬 제주도. 이 섬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는지, 그 역사가 궁금하지는 않습니까.
아름다운 자연과 모진 자연환경,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다 어느 순간 느닷없이 쓰나미처럼 덮치는 역사의 격랑이 선명하게 극과 극을 이루는 섬살이는 결코 평범할 수 없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제주섬에 신화가 많은 것도 그 힘든 삶의 조건을 극복해보려는 사고에서 비롯되었겠지요.
장 피에르 베르낭(Jean-Pierre Vernant)이 정리한 '그리스신화'의 오디세우스 전사들이 '고토파겐'에서 세상의 고통이 사라지는 망각의 열매, 로토스(lotos)를 먹고는 모든 걸 잊고 거기 그냥 머물고자 했던 에피소드처럼, 정녕 제주의 삶은 순간순간 로토스의 망각을 추구하고 싶어질 만치 힘겨운 일들이 굽이굽이 큰 물결로 덮쳐들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금 '평화의 섬 제주'의 최대 화두는 서귀포시 강정리에 건설될지도 모르는 해군기지입니다. 이 문제는 제주섬을 넘어서서 이 나라의 평화논리를 두 갈래로 찢어발겼습니다. '평화는 평화로' 지키겠다는 논리와 '평화는 힘의 우위로'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습니다. 그 현장에서는 평화를 지키려는 서로 다른 투쟁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힘겨루기'로 들어갔습니다. 그 와중에 한 평화주의자의 목숨을 건 행동의 가치가 한갓 범죄자의 행위로 규정지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그대는 어느 지면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글쓰기를 말할 때, "지엽적인 것에 진심을 담고 글을 써야 한다" 고 하셨지요. 옳습니다. 지엽적인 것은 전체적인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강정리 해군기지 건설여부는 극히 지엽적이지만 평화구현을 위한 문제로 들어가면 이는 세계적인 이슈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세계인으로서, 제주도민의 한 사람인 지역민으로서 그대 생각은 어떻습니까?
같은 길을 걷는 작가이며 도민인 입장에서, 새롭게 맞이한 제주도민인 그대 지구촌 최대의 지성이라 칭송되는 그대 앞에 제주섬의 현안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제주도민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한림화 작가>
제주도민은 56만 여명입니다만, 세계 각지에 널리 퍼져 자리잡은 태생적 제주사람 말고도 그대처럼 후천적으로 제주도민이 되는 이가 심심찮게 있어 이를 아우르고는 '내외 제주도민 100만 명'이라고 마치 슬로건처럼 우리는 말하곤 합니다.
'세계7대자연경관'에 도전할 만치 아름답다 못해 신비하기 이를 데 없는 섬 경치며 사람살이는 늘 이곳에 붙박아 사는 우리들에게도 경이롭답니다. 빗줄기조차도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을 뚫고서야 땅으로 지고, 눈은 내렸다하면 강풍을 타고 눈보라가 되어 섬을 덮칩니다.
이토록 척박한 환경에도 제주 사람들은 고래로 굶주리고 헐벗은 자 없이 서로 다독여 더불어 살아오고 있습니다.
모질고도 척박함 속에 의연히 아름다움을 갖춘 섬 제주도. 이 섬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는지, 그 역사가 궁금하지는 않습니까.
아름다운 자연과 모진 자연환경,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다 어느 순간 느닷없이 쓰나미처럼 덮치는 역사의 격랑이 선명하게 극과 극을 이루는 섬살이는 결코 평범할 수 없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제주섬에 신화가 많은 것도 그 힘든 삶의 조건을 극복해보려는 사고에서 비롯되었겠지요.
장 피에르 베르낭(Jean-Pierre Vernant)이 정리한 '그리스신화'의 오디세우스 전사들이 '고토파겐'에서 세상의 고통이 사라지는 망각의 열매, 로토스(lotos)를 먹고는 모든 걸 잊고 거기 그냥 머물고자 했던 에피소드처럼, 정녕 제주의 삶은 순간순간 로토스의 망각을 추구하고 싶어질 만치 힘겨운 일들이 굽이굽이 큰 물결로 덮쳐들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금 '평화의 섬 제주'의 최대 화두는 서귀포시 강정리에 건설될지도 모르는 해군기지입니다. 이 문제는 제주섬을 넘어서서 이 나라의 평화논리를 두 갈래로 찢어발겼습니다. '평화는 평화로' 지키겠다는 논리와 '평화는 힘의 우위로'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습니다. 그 현장에서는 평화를 지키려는 서로 다른 투쟁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힘겨루기'로 들어갔습니다. 그 와중에 한 평화주의자의 목숨을 건 행동의 가치가 한갓 범죄자의 행위로 규정지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그대는 어느 지면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글쓰기를 말할 때, "지엽적인 것에 진심을 담고 글을 써야 한다" 고 하셨지요. 옳습니다. 지엽적인 것은 전체적인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강정리 해군기지 건설여부는 극히 지엽적이지만 평화구현을 위한 문제로 들어가면 이는 세계적인 이슈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세계인으로서, 제주도민의 한 사람인 지역민으로서 그대 생각은 어떻습니까?
같은 길을 걷는 작가이며 도민인 입장에서, 새롭게 맞이한 제주도민인 그대 지구촌 최대의 지성이라 칭송되는 그대 앞에 제주섬의 현안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제주도민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한림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