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제주의 스카이 라인과 해안선
입력 : 2011. 06. 02(목) 00:00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개발특별법이 개정되면서 도에 위임하였던 개발사업에 대한 경관심의사항을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가 환수하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자율성 침해를 거론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자율성을 유지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반성할 일이라 생각된다.

과거 추진되어 왔던 주요 개발사업의 대부분은 제주의 환경과 제주의 발전방향과는 달리 보편적인 개발수단과 경제적 논리로만 추진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개발논리와 압력은 제주 환경과 경관의 가치뿐만 아니라 도민의 의식도 적지 않게 변화시키고 있고 앞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인식하게 되는 것은 경관 변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푸른 하늘과 맑은 바다 사이에 놓여있는 제주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스카이라인과 해안선은 제주의 독특한 경관형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지평선이 하늘과 맞닿는 윤곽선을 스카이 라인이라고 한다. 즉 생활경관이 만들어내는 형태의 가장자리와 하늘과의 접점을 의미하는 것이며 제주의 경우 접점사이에 중산간과 한라산이 배경이 되기 때문에 독특한 스카이라인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중산간과 한라산이 중요한 것이다.

뉴욕경관의 대표적인 사진은 바다에서 바라본 맨하탄 고층빌딩군의 스카이라인이며 실루엣으로 보여지는 낮과 밤의 스카이라인은 역동적인 뉴욕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충분한 경관이다. 이와 같이 스카이라인은 도시의 상징이자 아이콘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도시의 지평선과 하늘과의 관계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선이기 때문에 도시의 지평선을 어떻게 만드는가가 중요하며 도시의 지평선을 만드는 것은 건축물이 놓여지는 방법과 건축물의 높이와 규모에 의해 결정되어진다. 즉 땅과 건축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의 스카이라인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조화되지 못하고 획일적인 형태에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도시공간의 구획으로 인해 건축물의 좌향(坐向)과 높이, 규모 등이 제주의 땅과 조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해안선 역시 스카이라인과 마찬가지로 바다의 자연경관과 해안에 밀집된 주거지의 생활경관을 형성하는 독특한 경관요소이다. 제주는 섬이다. 섬의 이미지는 해안선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제주의 해안선은 매립과 해안도로 개설, 포구확장, 양어장, 펜션과 호텔등의 관광시설들이 집중되면서 해안의 경관과 문화자원들이 크게 훼손되어 가고 있다.

제주의 스카이라인과 해안선을 잘 지켜나가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고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좁게는 주민의 삶의 질, 넓게는 도시의 정체성과 차별성,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갖는 특별한 자치도의 의미는 단순한 행정구조의 개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환경, 특별한 경관, 특별한 문화를 스스로 보존하고 스스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개발특별법 개정을 보면서 적어도 개발사업의 추진방식과 경관규제에 관한 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새로운 시험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된다. 이 시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시경관은 어떻게 가야하는지 조직적이고 세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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