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잊지 말자! '5·16'
입력 : 2011. 05. 19(목) 00:00
한국 현대사 물줄기를 바꾼 주요 사건인 1961년 5·16과 1980년 5·18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50년이 지났으나 5·16에 대한 평가는 쿠테타와 혁명으로 갈린다. 보수진영은 박정희 소장이 군사반란이라는 비합법적 수단으로 정권을 잡은 것은 맞지만 산업화를 이루고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점에서는 조국 근대화 혁명이라며 그를 일약 혁명가 반열에 올려놓으려 한다.

덩달아 국가와 사법부가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고 기념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마저도 폭도들이 체제전복을 노린 소요라더니 최근에는 북한군이 침투해 저지른 일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니 역사를 보는 눈도 이념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간다.

하지만 5·16을 군사 쿠테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건 혁명이라고 칭송하는 사람들이건 박정희 정권이 경제를 발전시킨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발전성과는 5·16을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경제발전이 저임금과 고된 노동을 감내한 노동자와 농민의 희생과 근면성 때문이라는 비판적 주장이나 다른 정권이 들어섰다 해도 경제발전을 이뤘을 것이라는 역사적 가정도 경제발전 성과론과 맥을 같이 한다. 박정희 정권과 5·16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내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현실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생각할 문제는 민주주의와 정의라는 가치보다 결과가 우선되는 사회, 국민 행복과 자연 환경을 저당잡은 경제지상주의 이념이 한국사회를 50년동안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5·16에 대한 논란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 성장주의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과 숫자놀이로 나타나는 경제발전 주장에 갇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과 물신주의는 국가권력이 경제와 정치체계 지배권을 강화하고 합법화하는 이념적 근거가 됐으며 마치 보편성을 갖는 신화처럼 인식되게 했다.

하지만 현실은 경제발전이 곧 행복한 삶을 보장한다는 인식이 얼마나 환상인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국가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25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가장 높은 자살률과 산업 재해율, 가장 긴 노동시간, 심각한 양극화 현상, 환경파괴 등 국민생활에 대한 부끄러운 기록은 경제발전 성과로 말해온 국민총생산(GNP) 증가가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행복과 얼마나 거리가 먼 것인지를 보여준다.

제주도 현실을 보더라도 경제 발전이라는 목적아래 온갖 혜택을 받으며 외국자본이 들어와 개발사업을 벌이고 경제파급효과가 1000억원이 넘는다는 골프장이 몇 년사이 28개로 늘었으나 도민들은 여전히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

절차와 방법에 있어서 공정성과 형평성은 무의미해진 가운데 이뤄지는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도 관광객 유치와 경제효과에만 관심이 쏠리지 정작 제주 자연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하며 우리는 세계를 향해 제주를 위한 투표를 호소할 수 있을 만큼 자연환경을 사랑하며 보전하고 있는지 성찰이 없다.

5·16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서는 것은 경제발전이 곧 행복을 보장한다는 잘못된 가정과 성장지상주의에 사로 잡혀 지금 누려야할 많은 가치있는 삶과 행복을 보류한 채 자연을 파괴하고 노동과 소비를 반복하는 삶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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