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우신다마을? 실례리?
입력 : 2011. 04. 28(목) 00:00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사정이 있어서 취소당한 게 아니라 아예 면허를 딴 적이 없다. 무슨 거룩한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게을러서 그렇다. 간세다리여서 자초한 일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아내나 주변 사람들의 차를 얻어 타는 경우도 많지만, 택시나 버스를 비교적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날도 버스를 타고 퇴근하였다. 의자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으려는데 귀를 의심케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다음 내리실 곳은 우신다마을, 우신다마을입니다." 우신다라니? 그런 우스운 마을 이름도 있었나? 30년 가까이 그곳을 오가곤 했건만 '우신다마을'이란 이름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의문은 곧바로 해결되었다. 한 정류소 건너자 "다음 내리실 곳은 인다마을, 인다마을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래쪽이 아닌 위쪽의 '인다마을'(아라동의 한 자연마을), 즉 '웃인다마을'임을 가리키는 이름임을 알 수 있었다. '웃인다'를 잘못 읽어서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마을 이름이 된 것이다. '웃인다'는 '욷인다>우딘다'로 발음해야 할 텐데 '우신다'로 읽어버린 때문이다.

 그러한 우스운 발음은 몇 달이 지나도록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버스에서 '우신다'라는 안내방송을 들었는데 그때마다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만 웃기고 빨리 바로잡아 주었으면 좋겠다.(좌석버스에서는 '우딘다'로 바르게 안내방송이 되고 있다.)

 '웃인다'를 '우신다'로 읽는 것은 발음의 문제여서 버스회사에서 바로잡으면 될 해프닝 정도의 일이지만, 표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마을이름도 있다. 바로 '신례리',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가 그러하다.

 '신례리'로 표기된 그 마을 이름은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 그 마을 사람들은 대개 '신예리>시녜리'로 발음한다. 인근 마을에서도 거의 그렇게 불러준다.

 하지만 '신례리'는 '실례리'로 발음해야 옳다. '신라'를 '실라'로 읽는 것과 똑같은 이치, 자음동화 현상이다. '실례합니다' 할 때의 '실례'라니, 썩 좋은 이름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 마을 이름의 표기는 '신례리'가 아닌 '신예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예촌(禮村)'이었으니, 거기에 '신(新)'을 덧붙여 마을 이름을 적으면 '신예리'라고 해야 맞다. '이용(利用)'에 '역(逆)'이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역이용'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역리용'이라고 하지 않고 '역이용'이라고 하는 것은 한글맞춤법 제11항 붙임4의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ㄴ' 또는 'ㄹ' 소리로 나더라도 두음법칙에 따라 적는다"는 규정을 적용한 결과다. '新女性'의 한글표기가 '신녀성'이 아니라 '신여성'인 것도 마찬가지 예다. 따라서 한자로 '新禮里'라고 쓴다고 해서 한글을 '신례리'로 표기해야 할 까닭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신예리'로 적어야 더 타당한 것이다.

 지명에서 한자와 그 음이 꼭 일치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는 다른 예를 한 가지 들어본다. '지리산'을 한자로 쓰면 '智異山'이다. '智異山' 그대로의 독음은 '지이산'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한글 표기를 하지 않는다. 한자에 견인되어 한글 표기를 할 당위성은 없음을 잘 보여준다.

 상식적으로 단순히 생각해도 그렇다. '예촌'이었던 마을에서 나뉘어 '신'이 붙으면 '신예리'가 되는 것이다. '신례리'로 적어 '실례리'로 우스꽝스럽게 불리지 말고 '신예리'로 적어 '시녜리'로 불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마을 주민들이 잘 생각하여 논의한 후에 공식적으로 고쳐 사용하기를 권한다.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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